[한·미FTA]'폭탄'맞은 농업분야, 대책 마련 시급

입력 2007-04-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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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체결에 따라 농업분야는 사실상 '폭탄'이라고 불릴 만한 위기를 맞게 됐다. 이번 FTA는 시작부터 미국은 농업 분야만 집요하게 파고들었으며, 특히 쌀시장 개방문제와 쇠고기 검역 문제 등은 FTA협상 기간 내에 가장 많은 반대 집회를 이끌어낸 원인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정부로선 "최악의 상황만은 막았다"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어차피 이번 FTA에서 미국의 주요 공략처가 농업분야였던 만큼 피해가 불가피했지만 이 정도 성과라면 최악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 FTA에서 농업분야는 쌀시장 개방은 결국 막아냈지만 논란이 됐던 쇠고기 부분은 뼛조각 쇠고기의 경우도 광우병 위험성 최종 판단이 완료되는 5월 이후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관세 철폐문제는 미국의 '즉시 또는 5년이내 철폐'라는 파상적인 공세에도 불구, 국내 농업시장의 이익은 최소한도는 보장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쇠고기는 15년, 돼지고기는 1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키로 연장했으며, 사과와배는 20년, 그리고 오렌지는 계절관세를 적용, 국내 감귤 출하시기인 9월부터 5개월 간 현행 50% 관세를 유지키로 해 국내 감귤 농가를 보호한 것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 2004년 타결된 한·칠레FTA에서도 국내 포도농가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됐으나 45% 계절관세를 도입한 결과 3년이 지난 지금 국내 포도농가는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세철폐에 따른 민감품목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분야 FTA에서 최종 결정된 민감품목 10년내 관세철폐시 국내 26개 품목의 피해는 무려 8700억원에 이를 것이란 게 농촌경제연구원의 관측이다. 이는 연간 국내 농업총생산액 33조3760억원의 약 2.6%에 해당하는 수치. 품목별로는 쇠고기, 돼지고기, 대두(콩), 보리, 닭고기, 사과, 포도, 감귤, 낙농품, 배 등의 순서로 피해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최종 협상 결과 우리측의 집요한 요구로 계절관세, 세이프가드(SG) 등 개방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도 상당 부분 삽입돼 실제 피해는 이 추정치보다 적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낙관론 속에서 점진적인 국내 농업의 경쟁력 약화가 있을 것이란 비관론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타결된 한·칠레FTA 이후 아직 눈에 띠지는 않지만 칠레산 오렌지나 키위 등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이후 국내 농업시장은 본격적인 위기가 올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축산시장 FTA 최대 피해 분야

특히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은 이번 한미 FTA로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가격면에서 한우와 수입 쇠고기는 지금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기 때문 . 미국 농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미국 네브래스카주 평균 초이스급(최상급) 쇠고기의 생산자 판매 가격은 100㎏당 174달러, 도매가격은 322달러로, 작년말 기준 한우 산지 가격의 거의 1/4~1/5 수준에 불과하다.

이 경우 광우병 파동에 따라 수입이 중단된 2003년 미국산 쇠고기의 월 평균 수입량(5670t)과 작년 호주산 수입량(17만6천t) 등을 고려할 때, 올 한해 쇠고기 수입량은 작년보다 70%나 늘어난 약 3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광우병 위험 등급'이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5월 이후 7월부터 갈비 등 뼈까지 쇠고기 수입이 전반적으로 허용 되면 올해 당장 한우 암소와 수소(600㎏) 평균 가격이 각각 503만원, 408만원으로 작년보다 5.1%씩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송아지 값 하락폭은 더욱 커, 암, 수 각각 9.6%, 20.9%나 떨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농촌경제연구원은 현행 40%인 쇠고기 관세가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낮아질 경우 연간 국내 쇠고기 생산 감소액은 221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4년 한우 쇠고기 생산액 2조9천억원의 8% 수준이다. 그간 농업협상팀이 뼛조각 쇠고기를 막으려고 했던 것도 사실상 광우병이 아닌 쇠고기 수입 확대를 막기 위한 시도였던 셈이다.

또 돼지고기의 경우 알려진대로 현행 25%의 관세가 10년에 걸쳐 없어지면 현재 우리 수입시장내 미국산 비중(15%) 등으로 미뤄 한해 1350억원 정도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해 국내 돼지 사육 농가의 간접피해도 우려된다.

이밖에 닭고기도 현재 68%에 이르는 높은 미국산의 점유율을 고려할 때 10년 내 관세가 없어지면 연간 710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일 시장도 위기, 농업 수출 증가 효과는 거의 없을 듯

한편, 과일 시장도 FTA 파고를 넘기가 험난해질 전망이다. 이번 FTA에서 관세 적용시기가 연기되긴했지만 10년 이내 관세를 철폐하게 되면 국내 과일 농가는 존립이 우려될 만큼 큰 피해가 우려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미국 측이 요구한 오렌지의 50% 관세가 10년 내에 철폐되면 국내 감귤 생산은 한해 37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오렌지는 감귤의 대체성이 강하다는 것과 제주 지역경제에서 감귤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계절관세 도입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사과 역시 미국산 갈라, 후지 등의 품종이 국산 사과와 비슷해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된다. 45%인 관세가 10년내 철폐되면 한해 610억원의 생산 감소를 감수해야한다. 이번 협상에서는 20년간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사과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반면 우리 농가의 대미 수출 증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FTA에서 결정된 김치, 선인장, 라면 등은 각각 5~8% 정도로 현행 관세가 낮아 관세율이 인하된다고 해도 인하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농업분야는 정부 차원에서의 고급화, 차별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만큼 이대로 가만 있는 것은 곧 농업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정부로선 농업분야와 농가 보호를 위한 특별한 대책 수립에 되도록 빨리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도시 서민의 식품 구입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장점은 있다. 최근 소비자보호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번 FTA 결과에 따라 관세가 철폐되고, 국내 농업도 과거와 달리 제대로 된 유통정책으로 가격 경쟁에 나선다면 농산물과 축산, 낙농품의 경우 무관세에 따른 관세수입 감소분의 각각 281배, 47배에 달하는 소비자 후생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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