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한 산업계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될 때마다 정부가 지원 대책으로 내세우는 것이 융자ㆍ상담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경영회복을 돕는 ‘무역조정제도’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지 7년이 지나도록 혜택을 입는 기업의 수나 정책자금 지원 규모를 보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ㆍ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메가 FTA’에 대비한 안전망이 절실함에도 사실상 FTA 피해보전 대책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무역조정지원제’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것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4월 무역조정지원제 도입 이후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무역 피해를 인정받아 무역조정지원기업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67개사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서는 단 2개 기업만 선정됐을 뿐이다. 연도별 신청건수도 같은 기간 83건에 머물렀다.
지원 유형(융자ㆍ컨설팅)별 예산지원 규모를 보면 지난해까지 융자 지원 218억5400만원, 컨설팅 지원 6억88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제도 도입 당시 향후 10년간 2조4630억원의 자금대출과 1070억원의 컨설팅 비용을 지원할 것이라는 정부의 약속이 무색한 대목이다.
무역조정지원제는 제조업ㆍ서비스업 중소기업이 FTA로 인해 매출액, 생산량 감소 등 일정 기준 이상 피해를 입은 경우, 산업부에 무역조정지원기업 신청을 하면 무역위원회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검토를 거쳐 컨설팅과 융자를 지원받게 된다. 문제는 지원을 받으려면 피해 기업이 FTA로 인한 무역피해를 직접 입증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재정지원이라 심사 기준도 까다롭다는 점도 제도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ㆍ중 FTA 발효와 메가 FTA 가입 등으로 인한 중소기업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할 때 무역조정지원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절차 간소화, 기업부담 완화 등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TPP 등 메가 FTA 가입을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무역조정지원제도를 내실화하고 농·수산업 피해보상 체계를 정비하는 등 피해보전 제도를 선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