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중도에 길을 묻다] 낙수효과·소득주도… 기업·가계 선순환 경제구조 만들어야

입력 2015-10-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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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대기업과 부유층이 투자와 소비를 늘리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 이어지면서 국가 전체의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낙수효과 성장론>

“중산층과 서민의 지갑이 두툼해지면 그만큼 소비가 확대되고, 내수가 살고 일자리가 늘어나 다시 소득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이 이어진다.”<소득주도 성장론>

우리 경제성장의 엔진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수출주도형·기업주도 성장 방식론과 가계의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는 소득 주도 방식의 성장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대기업 위주 수출주도 성장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대기업 성장의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약화하면서 가계소득이 위축되는 한계에 부딪혔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만8200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 2만7100달러, 내년 2만7000달러로 2년 연속 하락할 전망이다.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1130조원에 달하고 있고 전년 같은 기간(1035.9조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95조원 증가했다. 전년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9.1%에 달해 지난해 경제성장률 3.3%의 3배 수준이다.

반면, 30대 기업의 지난해 사내유보금은 551조원에 이를 정도로 가계와 대기업의 사정이 양극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 가계소득 증가로 소비가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만드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혜택이 아래로 퍼진다는 ‘낙수효과’에 대해서는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 증가로 의구심이 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보고서에서 “상위 20% 부유층의 소득 비중이 증가할수록 성장률이 오히려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성장의 과실이 전체로 파급되는 ‘낙수효과’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소득 주도 성장론을 주장하는 쪽은 재벌·대기업일수록 돈은 쌓아두고도 투자는 등한시하며 고용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1835개사 공시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사 전체 사내유보금은 326조원에서 845조원으로 519조원(158.6%) 급증했다. 30대 기업만 보면 같은 기간 206조원에서 551조원으로 166.5%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30대 기업이 상장사 전체 사내유보금의 65%를 차지한다.

하지만 고용과 투자는 제자리걸음이다. 7년간 상장회사의 투자는 0.2% 감소했고, 30대 기업의 경우 2008년 57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62조8000억원으로 9.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100대 기업의 고용은 29.7%, 30대 기업은 24.1% 증가한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한 내수 확대를 위해 ‘생산성에 기반한 임금지급’이 필요하다”며 “생산성의 증대가 일어나도 임금이 충분히 상승하지 않는다면 장기적 성장기반이 악화하기 때문에 생산성에 기반한 임금 인상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선 임금 인상을 통한 경제 성장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팽팽히 맞선다.

낙수효과 성장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어가면서 대기업 실적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한계기업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전년도에도 한계기업이던 기업이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한계기업 상태에 머무를 확률도 늘었다.

기업 관계자들은 “기업의 역할은 수익과 고용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투자하는 것이지만 만약 불필요한 규제와 경영환경 악화로 본연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경제의 특수성으로 비춰볼 때 다른 국가에 비해 임금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은 소규모 개방경제여서 우리 물건이 외국에 팔려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생산성에 맞지 않는 임금 상승은 비용 증가로 이어져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되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초기엔 사실상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지만 최근에는 다시 기존의 소극적인 입장을 선회한 모양새다. 기업들의 투자환경 개선과 규제완화에 공을 들여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일자리도 생기고 가계소득도 늘어난다는 쪽에 무게추가 기울었다.

앞서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해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를 내놓으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3대 패키지가 중산층과 서민층보다 사실상 부유층의 가계소득만 높이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15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최 부총리는 “지금은 기업의 투자를 늘려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지, 법인세를 올려서 가뜩이나 안 하는 투자를 줄이고 (기업을) 해외로 나가게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며 “닭(기업)을 살려서 알을 먹어야지 닭을 잡아먹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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