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10대그룹, 실적과 따로 노는 ‘책임경영’

입력 2007-03-22 11:35 수정 2007-03-2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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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주 배당 줄이고 임원 보수는 계속 올려

국내 대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워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실제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경영진 주머니 챙기기를 우선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이투데이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총액 순위기준 10대그룹 상장계열사의 정기주총 안건을 분석한 결과 66개사 중(주총 안건 미제출사 제외) 절반인 33개사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0개사는 지난해 배당금이 전혀 없었고, 배당 규모가 줄어든 곳도 13개사나 됐다.

반면 임원들의 보수한도는 지난해에 이어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중이다.

임원들의 보수한도를 높여 업무향상에 대한 자극을 주겠다는 취지도 있으나, 반대로 임원 보수를 줄여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겠다는 실적이 양호한 기업들도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대그룹 12월결산 상장계열사 70개사가 올해 정기주총 안건으로 제시한 이사 보수한도는 1인당 평균 7억4379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19.2%나 높아졌다.

이는 지난해 절반 이상의 기업 실적이 악화됐고, 이들 중 3분의 1이상이 배당을 하지 않거나, 배당규모가 감소했다는 통계와 비교할 때 ‘주주가치 제고’는 물론 ‘책임경영’과도 동떨어진 현실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배당은 줄이는 반면 이사보수를 높이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이익 줄었다면 그것이 경기와 관련된 문제일수도 있지만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진의 잘못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배당금은 줄이고 이사의 보수는 늘리는 것은 경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임원 보수한도의 상향에 대해 10대그룹 상장사 관계자는 "이사보수총액을 늘린다고 해서 다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며 "지난해에도 한도액의 절반 가량만 지급했다"고 말했다.

임원 보수한도는 상근이사, 비상근이사를 비롯해 등기이사에게 줄 수 있는 총액을 정해 놓은 것으로 실제 지급액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삼성·한진·현대차그룹 임원 보수 크게 높여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삼성SDI를 제외한 12개사가 임원 보수한도를 올렸다. 스톡옵션 폐지 대신 도입한 장기성과 인센티브가 반영되며 삼성그룹의 1인당 임원 보수한도는 평균 19억5000만원으로 전년대비 43%이상 대폭 늘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익이 전년대비 감소한 삼성전자, 삼성정밀화학, 삼성SDI 등이 모두 실질적 임원 보수한도를 높였다.

지난해 영업익이 87%나 급감한 삼성SDI는 임원보수를 120억원으로 동결했으나 이사 수를 8명에서 7명으로 줄이며 사실상 1인당보수는 높아졌다. 반면 주주 배당금은 1500원에서 600원으로 60%가량 크게 줄였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한 삼성전자도 임원보수를 지난해 600억원에서 1100억원으로 45.5% 올린 반면 배당금은 지난해와 동일한 5500원(중간배당 포함)을 유지했고, 지난해 영업익이 70%급감한 삼성정밀화학은 임원 보수한도를 7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올린 반면 배당금은 650원에서 600원으로 되레 줄였다.

한진그룹 계열사는 삼성에 이어 임원보수를 평균 34%이상 대폭 상향했다. 한진그룹 계열사 5곳 모두 임원보수를 높인 가운데 영업익이 반토막난 한진(63%감소)과 한진해운(74%감소)이 배당금은 동결했으나 임원 보수한도는 상향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12개사 가운데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8개 계열사가 올해 임원 보수한도를 높여 잡았다.

영업익이 10%이상 줄어든 현대차는 이사 수를 11명에서 14명으로 늘리고 이사의 보수는 100억원으로 동결, 배당은 1250원에서 1000원으로 하향했다.

BNG스틸의 경우 영업익이 560%이상 급증한 데 힘입어 임원 보수한도를 2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짭짤하게 늘렸다. 또 2005년에는 실시하지 않았던 배당은 대주주 50원, 일반주주 250원을 차등 배당한다.

◆LG·두산·GS그룹 등 ‘어쩔 수 없는 선택?’

10대그룹 가운데 LG, GS, 두산그룹의 임원 보수한도가 소폭 줄어들었다. 이들 3개 그룹은 모두 과반이상 계열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중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LG전자가 임원 보수한도와 배당금을 나란히 낮춘 유일한 10대그룹 상장사로 기록됐다.

LG전자는 올해 임원 보수한도를 종전 45억원에서 30억원으로 대폭 낮췄고, 배당금 역시 1250원에서 750원으로 줄였다. 적자로 돌아선 LG필립스LCD는 배당금이 없었으나 임원 보수는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영업익이 60% 가까이 감소한 두산도 전년에 이어 배당을 하지 않았으나 임원 보수한도는 동결했고, 두산중공업은 영업익 감소에도 주당 배당금을 250원에서 350원으로 높여 눈길을 끌었다.

전년보다 34% 영업익이 늘어난 LG생활건강과 영업익이 20% 늘어난 GS건설은 임원 보수를 동결한 가운데 각각 배당금을 확대했다.

SK그룹 내 8개 계열사 중 SK가스, SKC, SK네트웍스가 임원보수를 높였고, 다른 5개사는 동결했다. 특히 SK가스는 영업익 감소에도 불구, 임원 보수를 19억원에서 100%이상 높인 40억원으로 확대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6개사 가운데 롯데칠성만이 임원 보수한도를 9.3% 높였고, 다른 계열사 5곳은 모두 종전 임원 보수한도를 유지했다. 롯데 계열사 중 롯데쇼핑만 영업이익이 늘었을 뿐 타 계열사들은 모두 이익이 줄어들었다.

한화그룹 계열사 3곳중 지난해 영업익이 48% 줄어든 한화석화와 3.8% 증가한 한화타임월드가 임원 보수를 동결했다. 이익이 10%가량 늘어난 한화는 임원 보수한도를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40% 상향했고, 배당금도 350원에서 450원으로 높였다.

◆주주가치 제고·책임경영 ‘머나먼 길’

이번 조사대상이던 10대그룹 66개사 가운데 3분의 1인 23개사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배당규모를 줄이며 주주들의 불만을 샀다.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임원 보수한도를 하향한 곳은 LG전자 단 1곳에 불과했을 정도다.

LG생명과학은 지난해 2120% 영업이익 증가를 보였음에도 배당은 전혀 없었고, GS홈쇼핑도 보수 동결 속에 주주 배당은 한푼도 없었다.

몇 년째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6%인상했던 임원보수 한도를 또다시 40억원으로 14% 상향해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익이 71% 줄어든 375억원으로 집계된 현대하이스코는 1인당 이사의 보수를 3억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올린 반면 배당금은 200원에서 100원으로 반토막냈다.

SK케미칼 역시 임원 보수 동결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250원으로 축소했고, SK가스는 영업익 감소에도 불구, 임원 보수를 19억원에서 100%이상 높인 40억원으로 확대했다.

대한항공도 3분의 1수준으로 현금배당을 줄인 반면 임원 보수 한도는 10억원이나 상향했고, 한국공항은 임원 보수를 48%나 올렸지만 배당금은 동결했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카스코도 배당금은 지급하지 않고, 임원 보수는 6억원으로 상향했다.

이밖에 SK텔레콤, 케이피케미칼, 삼성SDI, 삼성정밀화학 등은 배당금을 낮췄고,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기아차도 배당을 없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나마 주주이익 향상에 힘쓰는 모습이 엿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8789억원, 2781억원으로 각각 868%, 72% 늘어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이사의 보수를 2006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한 반면 1주당 배당금은 각각 1500원에서 2500원으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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