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상 논란]물가-증세 위해 호구된 '국민건강'…10개월만에 드러난 담뱃값 정책 '민낯'

입력 2015-09-17 08:11 수정 2015-09-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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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라던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우려했던 서민증세만 불러오는 등 10여개월만에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연초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은 선진국 수준의 강력한 금연정책을 표방하며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추진했다. 또 담뱃세 인상과 경고그림, 캠페인 등 비가격 정책을 통해 담배 소비량을 3분의 2수준으로 크게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정부는 담뱃값을 기존의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릴 때 올해 담배소비량이 34% 줄고 남성흡연율도 8%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담배소비량은 23%밖에 줄지 않는데다 연초 반짝했던 금연초과 또한 시간이 갈수록 반감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담배협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담배판매량은 3억5000만갑으로 지난 2012년부터 최근 3년간 월평균 판매량 3억6200만갑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담배판매량은 담뱃값 2000원 인상 직후인 올 1월 1억7000만갑으로 지난해 12월 3억9000만갑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지만 △3월 2억4000만갑 △4월 2억9000만갑 △6월 3억1000만갑 등으로 꾸준히 회복세를 보였다. 또 내년에는 오히려 올해보다 6억갑(21%↑) 많은 34억6000만갑이 소비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밖에 올해 제주 면세점의 담배 판매량은 평소보다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금연보다는 면세점을 이용한 사재기까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정부의 담뱃값 인상 탓에 사실상 서민증세는 급증한 상황이다.

물품에 매기는 담뱃세는 저소득층이든 고소득층이든 모두 같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소득분배와는 별개의 서민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루 1갑의 담배를 피우는 개인이 1년에 내는 담뱃세 총액 121만원은 연봉 4600만원 근로자의 근로소득세와 맞먹고 시가 9억원 주택의 재산세와 교육세를 합한 금액과 같다.

이와 관련 애초 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는 2조78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담뱃값을 올리기 전인 지난해 6억7000억원 수준이었던 세수는 올해 11조1000여억원, 내년에는 12조6000여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4년과 비교하면 무려 5조8000여억원이나 늘어나는 셈이어서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세수증대폭 예측치의 2배 수준에 달하는 셈이다.

연초 11조원의 세수부족 논란 속에서 정부가 단행한 담뱃값 인상 탓에 6조원의 추가 세수를 얻은 양상이다.

정부의 담배소비량에 대한 예측치가 틀어지면서 내년 국민 부담금도 20조원을 넘어섰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2016년도 부담금 운용 종합계획서’ 수정본을 내고 내년 18개 부처에서 94개 부담금 명목으로 총 20조1203억원을 징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담금은 특정사업 경비를 충당하고자 해당 사업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에게만 부과하는 일종의 준조세다.

특히 국민부담금이 올해 예상치보다 7.4%(1조3941억원) 늘어난 것은 정부가 내년도 담배반출량을 28억6000만 갑으로 예상했다가 34억6000만 갑으로 올리면서 세부 항목을 조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정부 전망과 달리 담배소비의 감소폭이 크지 않은 추세를 반영하면서 내년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전망치가 올해보다 24.6%(5737억원) 증가한 2조9099억원으로 늘어난 것에 기인한 것이다.

이어 담뱃값 인상은 그간 낙폭을 이어오던 소비자물가 방어라는 ‘부수적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같은 달보다 소비자물가는 이미 지난해 12월 0.8% 이후 9개월째 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담뱃값을 2000원 올린 데 따른 물가 인상 효과(약 0.58%포인트)가 이어지면서 수개월간 ‘마이너스 물가’를 방어하는 모양새다.

정부 입장에선 담뱃값 인상이란 한수로 '증세'와 '물가사수'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하지만 담뱃세 인상에 따른 금연효과가 퇴색되고 있음에도 되레 정부의 금연정책은 후퇴하면서 ‘본말전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내년도 세입예산안을 보면 금연 관련 예산은 1315억원이 배정돼 1475억원인 올해 예산보다 오히려 11%가량 줄었다.

학교흡연 예방사업은 올해 444억원에서 내년 333억원으로 축소됐다. 금연치료 지원사업도 128억원에서 81억원으로, 흡연폐해 연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예산도 4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었다.

일각에선 정부가 담뱃값을 올린 본심은 세수증대였고 국민건강 구호는 들러리였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건강증진을 기치로 내건 담뱃값 증세가 결국 정부의 재정책의 하나로 확인되면서 향후 세수정책에 대한 조세저항 등 서민들의 정책신뢰성 상실 행보가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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