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17]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오는 기회, 그 말은 진실이다

입력 2015-09-04 14:06 수정 2015-09-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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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기 풀잎채 대표

공대 졸업 후 만든 두부기계

인연으로 한식 브랜드 시작

“합리적 가격에 최상의 밥상”

2년 전 프리미엄 한식 뷔페로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불안해 하는 청년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 사업을 하면서 매번 다가오는 힘든 순간마다 이 말을 되뇌며 나를 달래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외식업계에 발을 디딘 지 20년이 훌쩍 지나갔다.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외식업계는 하루에 수천개 점포가 오픈하고 또 수천개 점포가 문을 닫는다. 경쟁은 끊임없이 치열해지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것에 오랫동안 집중한다면 혜안(慧眼)이 생기고, 일에 대한 확신도 생기게 된다. 물론 불안함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해낼 수 있는 자신감과 신념도 어느 때보다 강해진다.

공대 기계공학 전공인 내가 외식으로 빠져든 것은 아주 사소한 인연에서 비롯됐다. 대학 졸업 후 기계설계 회사에서 일하던 나는 손쉽게 두부를 만들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게 됐다. 당시 두부는 일반사람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건강 식재료 중 하나였다. 기본이 되는,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두부기계를 만들면서 두부를 활용한 창업을 꿈꾸었고 그때부터 나의 한식 외길 인생이 시작됐다.

1998년 처음으로 시작한 브랜드는 두부요리 전문점 ‘두부마을과 돌솥밥’이었다. 한적한 곳에 자리한 한정식 집이어서 매출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손님들의 반응을 매일 살피며 가장 기본인 맛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투자자가 생겼고, 그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첫 가게였지만 ‘두부마을과 돌솥밥’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나는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됐다. 한국 사람에게는 한식이 최선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동안 양식, 일식 등 다양한 음식문화가 사랑을 받아왔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그리고 삶이 힘겨울 때 결국 찾는 건 역시 한식이었다. 이런 믿음으로 7년 뒤인 2005년 두부요리 전문점 ‘두란’을 론칭하고, 그 이듬해인 2007년에 ‘풀잎채한상’을, 2008년에 ‘풀잎채 두부사랑’을 선보였다.

물론 모든 브랜드가 잘 된 것은 아니다. 한때 성공했다고 평가받던 브랜드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를 대비하지 않았던 나는 직원들을 내 보낼 수밖에 없었고, 일부 남아있는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하는 시기도 있었다. 최고라는 말은 곧 내리막길의 전초이며, 쇠퇴의 시작임을 그때 깨달았다. 그 시기를 겪고 나서 나는 항상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몸소 느끼게 됐다.

이러한 실패 속에서도 한식에 대한 애정으로 한발 한발 걸어오다 보니 다시 한번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대기업 유통 관계자로부터 한식 노하우를 집대성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해 보라는 권유를 받은 것이었다. 한식 외길 인생을 걸어오며 한 가지 뚜렷하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한식은 상당히 까다로운 분야라는 것이다. 다양한 반찬 제공이 불가피해 기본적으로 원가율이 높고, 그날그날 주방 찬모의 손맛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고객보다 주인이 중심’이 되는 외식 분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때까지만 해도 한식업계는 5만~10만원 선의 고급 한정식과 5000원 내외의 저렴한 백반으로 나뉘어 있었기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후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상의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콘셉트를 발로 뛰며 고민하게 됐고, 소비자들이 한식을 제대로, 그리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결국엔 현실화시켰다. 그것이 바로 2013년 1월 창원에서 문을 연 프리미엄 한식뷔페 ‘풀잎채(pulipchae)’이다. 풀잎채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급화된 한식을 경험할 수 있는 ‘최초의 프리미엄 한식뷔페 브랜드’이다.

이전부터 뷔페는 다양한 음식들이 한데 모여 있어 모임 장소로 자주 애용되지만 음식이 대부분 서양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전 세대가 함께 식사를 하기에는 다소 제한이 있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면서 간편하고 우아한 분위기에서 1만원대에 더 고급화한 한식을 즐길 수 있도록 메뉴부터 인테리어, 서비스까지 모든 면에 심혈을 기울였다.

여러 브랜드 론칭, 성공과 실패

한식 체계화 위해 준비 또 준비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사람

직원들 로열티를 최고 가치로

풀잎채는 2013년 1월 창원에서 오픈한 이래 그해 9월 기준 37개 매장을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오늘까지 약 300만명의 고객을 맞이했다. 지금은 한식뷔페 시장이 많이 성장했지만 2013년만 해도 ‘프리미엄 한식뷔페’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장을 중소기업인 ㈜풀잎채가 만들어냈다. 인생을 두고 한식을 숙고하지 않았다면 이뤄낼 수 없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풀잎채가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건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풀잎채는 먼저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식을 체계화했다. 보통 뷔페는 대량으로 만들어 제공하기 때문에 정확한 레시피, 시스템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풀잎채는 그렇게 다듬어진 맛이 가장 한식다운 한식,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집밥과 같은 맛이기를 지향한다.

한식의 기본은 손맛으로, 조리사의 역량이 중요하다. 아무리 체계화된 시스템이라도 조리사가 레시피대로 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풀잎채는 매주 본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맛의 기본인 집밥을 지키기 위해 매장에서 직접 밥을 짓고 있다. 풀잎채의 시그니처 메뉴가 매장에서 직접 짓는 곤드레가마솥밥, 직접 면을 매장에서 만드는 수제 함흥냉면, 그리고 산들나물촌의 10여종 나물이라는 것을 보더라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계절마다 변화를 주어 고객들에게 신선한 메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식은 결국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이 밑바탕되어야 한다.

한식뷔페가 뜬다는 기사들이 많아졌다. 풀잎채 이후 대기업에서 저마다 한식뷔페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미국식 패밀리 레스토랑을 밀어내고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식 사업을 하는 당사자로서 가슴 뿌듯한 일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다려온 땀의 결실이라 생각하니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그리고 이 모든 행복이 나 하나의 준비가 아닌 내 주변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주는 이들의 준비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결국 어떤 일이든 사람의 ‘마음’이 함께 모일 때 성공할 확률이 커진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항상 준비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람’이다.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하고, 적재적소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위치시켜 함께 나아갈 수 있게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그 직원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비전이 무엇인지, 주어진 여건이 어떤지, 회사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회사가 직원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 직원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워주는 것도 기업의 몫이다.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풀잎채는 매장 출신을 본사직원으로 채용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외식이라는 분야의 특성을 감안할 때 현장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각자의 몫을 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풀잎채 직원들의 로열티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풀잎채에는 24시간 풀잎채만을 생각하는 임직원이 있으며, 메뉴의 맛을 개선시키거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팀들이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중심이 되는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모임과 같이 특별한 것이 아닌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수 있는, 그런 일상화된 풀잎채가 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 내겐 ㈜풀잎채와 모기업인 ㈜푸른마을이 한식의 재해석을 시도한 리딩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그 자부심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생각이다.

정인기 대표는

88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94년 한양대학교 졸업. 기계전공 (부전공 불문학)

96년 G tech korea 본부장, 부사장

98년 (주)푸른마을 대표이사

09년 (주)풀잎채 설립

11년 연세대학교 대학원 호텔외식경영학과 졸업

㈜풀잎채

-1997.07 민속두부마을 외식사업부 설립

-2001.07 민속두부마을 상표권 출원

-2002.12 2002 한국 프랜차이즈 대상 수상(우수브랜드)

-2004.12 천호동 물류센터 설립

-2005.04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식당가 두부요리전문점 ‘두란’ 론칭 오픈

-2006.02 경기도 하남시 물류센터 이전

-2007.06 현대백화점 미아점 ‘풀잎채한상’ 세미한정식 론칭 오픈

-2007.10 옹고집족발 상표권 획득

-2008.08 삼성 홈플러스 동수원점 ‘풀잎채 두부사랑’ 론칭 오픈

-2009.01 신도림 테크노마트 ‘옹고집’ 론칭 오픈

-2013.01 한국의 맛을 담은 프리미엄 뷔페 ‘풀잎채’ 브랜드 론칭 오픈

-2014.06 2014 한국창업경영대상 수상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 외식사업부

이선애 기자 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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