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코리아 디스카운트’ 유발하는 국내 대기업들

입력 2015-08-07 11:00 수정 2015-08-0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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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미 산업2팀 차장

대한민국은 올해 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고충을 겪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 기업 가치(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로, 이를 유발하는 장본인으로 국내 대기업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 들어 롯데 사태가 불거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또 한 번 부각됐다. 후진적 재벌 그룹의 행태, 불건전한 지배구조가 제대로 민낯을 드러낸 탓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제 가격을 인정받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롯데그룹 형제의 난은 0.05%의 지분을 갖고 있는 그룹 총수가 여전히 손가락 하나로 경영권을 쥐고 흔드는 구시대적 기업 문화가 굳어져 있어 가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 같은 롯데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비판했다. “롯데의 경영권 논쟁을 보면 정부의 노동개혁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알 수 있다”며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은 그 자체로 우리 경제의 핵심 위험요인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말이다.

이 같은 문제점은 비단 롯데 그룹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롯데 외에 상당수 재벌그룹은 투명한 경영을 강조하며 자발적으로 기존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결코 롯데와 다르다고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삼성그룹의 경우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지배구조 불투명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다시 부각되기도 했다.

과거 외국계 헤지펀드가 국내 대기업을 공격할 때마다 단골 메뉴로 삼았던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한창 잘나가던 해운업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너지면서, 국내 벌크선업계 1위, 해운업계 3위였던 팬오션(당시 STX 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를 기억해보면 당시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STX 그룹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이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순간에 무너졌으며, 주력 계열사인 팬오션의 공개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룹이 해체된 2013년 6월 팬오션은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된다. 그룹이 삐걱거린 지 딱 10개월 만이었다.

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은 해운업계에 충격을 줬다. 당시 해운업계에는 ‘위기가 갈 데까지 갔다’는 심리가 퍼지면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다른 해운사마저 투자를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가 팽배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불건전한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무리한 규모 확장에 따른 부실 사태 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굉장히 취약한 구조라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도 롯데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재벌 그룹들은 이 참에 지배구조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이 주장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절대 추상적 위협이 아니며 한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 간 모든 비즈니스 관계에 실재한다”는 따끔한 경고를 되새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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