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바스 판 아벌 외 3인 엮음 ‘오픈 디자인’

입력 2015-07-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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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또하나의 축 ‘오픈 디자인’

인터넷, 클라우딩, 스마트폰 등은 공유경제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공유경제의 등장은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사회가 가져온 권력의 이동을 말해 주는 한 가지 사례인데, 이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지식재산권을 당연하게 여겨 온 우리들의 의식과 관행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데 바로 ‘오픈 디자인’이다.

바스 판 아벌 외 3인이 여러 연구자와 활동가 그리고 디자이너의 기고 문화 사례를 모아서 펴낸 ‘오픈 디자인’(안그라픽스)은 디자인의 새로운 개념을 살피고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책이다. 여기서 오픈 디자인은 조직이나 전문가 집단, 마케터가 아닌 최종 소비자가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고 공유하는 방식의 디자인을 뜻한다.

오픈 디자인의 등장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사람들의 의식 변화도 상당한 역할을 해 왔다. 오랜 동안 우리는 창작물은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창작물에 대한 무조건적 보호가 오히려 미래의 잠재적 창작자의 창의적 활동을 제약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창작자를 위해선 과거의 창의성이 현재 창의성의 소재가 될 수 있고 현재의 창의성은 다시 미래 창의성의 소재가 되는 순환구조를 원활히 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기술 변화와 맞물리면서 오픈 디자인의 등장을 가능케 했다.

오픈 디자인은 열린 창의성과 협업의 대표적 사례이며 개방성과 접근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 책에 실린 크리에이티브커먼즈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조건 변경 허락 3.0의 원칙만 준수한다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 바로 이 책이 이런 원칙을 적용한 사례다. 몇 가지의 조건만 준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복제, 배포, 전송과 2차적 저작물로 작성해 변경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개념과 사례 연구다. 모든 글은 오픈 디자인의 활성화에 동의하는 저자들의 기고문이다. 오케스트라 방식의 디자인, 디자인을 다시 디자인하기, 오픈 디자인의 생성 기반, 개인 제작자 시대, 창작과 회사, 디자인 리터러시, 정부를 위한 오픈 디자인 등과 같은 제목 아래 기고자는 오픈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제시한다.

오픈 디자인이 디자이너들만의 관심거리가 될 수 없음에 대해 암스테르담 디지털 시티의 개발자인 마를레인 스티커르는 “오픈 디자인은 정보통신 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개인이 혼자 집에서도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1인 공장이 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1인 기업과 1인 공장의 출현 가능성을 전망한 셈이다. 산업디자이너이며 디자인 역사가인 폴 앳킨슨은 “개방적인 인터넷의 유통망은 전 세계 곳곳의 이름 없는 잠재적 참여자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상호적이고 반복적인 디자인 창작을 더욱 북돋운다”는 점을 지적한다.

재미나는 오픈 디자인 이야기는 제2부의 성공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오픈 디자인이 사람들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무릎 아래로 다리가 절단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의족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4000달러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50달러짜리 의족을 제작하기 위한 대륙 간 협업이 2009년부터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미국의 디자인 회사 아이데오(IDEO)는 오픈아이데오를 만들었다. 세계 곳곳의 창의적인 사람들을 한 데 모아 사회적 공익을 위한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플랫폼인데 이미 출범 반년 만에 1만명의 사용자가 네 개의 디자인 도전과제를 완료했다.

아직 실험적인 도전이지만 새로운 트렌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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