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진흥공단 사업 중 정책금융이 주력인 만큼 외부에선 중진공을 금융기관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정작 중진공은 중소기업 종합지원기관이 본질인데 주객(主客)이 전도된 인상이어서 취임하자마자 조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주력했다. 동시에 중소기업들의 글로벌화 지원에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취임 다섯 달을 맞은 중진공의 첫 민간출신 수장 임채운 이사장은 최근 조직 체질 개선과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순 정책금융기관이 아닌, 중소기업 종합지원기관으로서의 중진공의 본질을 되찾고 내수시장 한계에 빠진 중소기업들의 수출지원에 전력투구하겠다는 목표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중진공 서울지역본부 집무실에서 최근 만난 임 이사장은 “취임하고 보니 중진공의 정체성, 임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혼란이 있더라”며 “예산구조를 봐도 정책자금 사업이 절대적이어서 이를 우선으로 보는데, 중진공은 자금이 목적이 아니라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중소기업 지원기관이라는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임 이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조직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수평적인 경영혁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대안을 모색했다. 입사 20년 이상 팀장급 10명으로 꾸려진 이 TF는 ‘독수리팀’으로도 불린다. 70년을 살기 위해 35년 무렵에 무뎌진 부리와 발톱을 뽑는 환골탈퇴 과정을 거치는 독수리같이 새로운 혁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다.
임 이사장은 “31개 지역 본·지부를 보니 융자업무의 비중은 높은 반면, 중소기업 수출지원 인력들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며 “중진공은 컨설팅, 금융, 수출지원 등 국내 공공기관 중 사업 가짓수가 가장 많은 기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사업이 너무 많아 효율적으로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몇년 전 업무 일원화 제도가 추진됐지만 결국엔 금융업무에 매몰되는 등 수단과 목적이 바뀌더라”며 “이에 이번 독수리팀을 통해 중진공을 기존 금융중심에서 지원중심으로 조직의 체질을 바꿔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이사장은 독수리팀 1기를 최근 해단하고, 조만간 2기를 발족시킬 계획이다. 이어 조직 혁신의 일환으로 지역본·지부에도 혁신 연구팀을 꾸려 중진공의 개선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사실상 연구회를 만들어 개선점을 찾겠다는 것으로, 교수 출신인 임 이사장의 성향이 묻어져 나온다.
내부적인 혁신과 함께 중진공 사업에서는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임 이사장은 “저성장 기조에 내수 침체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들이 경제성장을 이끌고 고용창출을 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면서도 “미국 등에서 국내 중소기업은 브랜드 파워가 없어 제값을 못 받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도 미국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데 약 30년이 걸렸는데, 중소기업들이 쉽게 성공하겠느냐”며 “해외 현지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현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의 중심엔 중진공의 수출인큐베이터(BI)가 있다. 해외 현지에 사무공간, 임차료, 마케팅 자문 등을 지원해주는 것이 골자다. 중진공은 1998년부터 12개국 20개 지역에 수출BI를 설치해 총 1324개 업체를 지원, 약 41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중진공은 이 밖에도 해외민간 네트워크 지원, 지역 중소기업 수출 마케팅 지원, 해외 대형 유통망 진출 지원 등 다각도로 중소기업들의 수출연계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중소기업 인력지원 문제도 임 이사장이 임기 동안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시행된 핵심인력 성과보상공제 내일채움공제가 출범 10개월 만에 가입자 5000명을 넘어서며 호응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임 이사장은 이날도 모 의원실을 방문해 내일채움공제 사업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왔다고 했다. 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사업주와 근로자가 공동으로 공제금을 적립해 5년 이상 장기 재직한 근로자에게 성과보상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그는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편견과 급여 수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내일채움공제 사업은 이 같은 청년 구직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제도로 정부와 협의를 통해 소득공제 등 혜택 범위를 늘려 사업을 더욱 활성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진공도 이 같은 청년 중소기업 취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신입사원 채용시 중소기업 인턴 근무 경력을 우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며 “더 나아가 인턴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등 혜택을 넓힌다면 대기업들도 중소기업 인턴 근무자들을 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