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엘리엇의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양측은 첫 대면에서 세간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주장을 주고 받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이 의도한뎌면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주느냐와 관계없이 법적 공방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용대 수석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가처분 사건 심문기일에서 양측은 △삼성물산과 제일합병 목적 △합병비율을 따지는 기준 △실제 적정 합병 비율 3가지 쟁점을 놓고 이견을 표시했다.
엘리엇은 합병의 목적이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 승계를 위한 것이고, 무리한 합병을 추진하다보니 삼성물산 주주가 저평가돼 이 회사 주주들이 7조8000억원의 피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은 1주당 10만원~11만원, 제일모직은 주당 6만3000원~6만9000원이 돼야 합병이 적절하다고 제시했다.
반면 삼성은 합병이 삼성물산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것이어서 주주들에게도 이익이고, 시장참여자들의 객관적 평가가 반영된 주가를 기분으로 한 것인 만큼 불공정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재고학인했다. 엘리엇이 제시한 적정 주가에 대해서도 두 회사 모두 상장 이래 그 가격에 이른 적이 없다며 반대로 엘리엇이 삼성전자 주식을 현물배당받으려는 악의적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재판부는 다음달 1일까지 결론을 낸다는 방침을 정했다. 가처분 신청은 통상 한 번의 심문기일을 열고 2주 내에 결론을 내린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이 통지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주주총회 결의를 미리 가처분으로 막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의결을 하는 것은 일단 총회가 열린 이후의 문제이이므로,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총회 의결 절차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엘리엇이 총회 의결이 된 이후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 역시 이런 점을 감안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가처분 신청을 여론 환기나 삼성물산 압박용 카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엘리엇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총회에서 합병의 의결되더라도 법적 다툼을 이어갈 수 있다.
상법 제236조는 합병 등기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7년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주주에게 합병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 지위를 인정하고, 합병 비율의 불공정을 이유로 합병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경우 본안소송에서도 합병 비율을 산출할 때 주가와 자산 중 어느 쪽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인 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