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을 보면 말 그대로 ‘망양보뢰’적 행태라 지적하고 싶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열흘이 더 지났음에도 전국은 아직도 메르스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그 동안 메르스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취한 정부, 그리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본다.
실제로 보건당국은 메르스는 치사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전염력은 약하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일까. 보건당국은 최초 감염자 A(68)씨와 밀접 접촉한 사람에게 지침을 주고 스스로 이를 지키게 하는 방식으로 자가(自家) 격리 조치를 했다.
아울러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국가지정 격리병상의 음압 격리실(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설계된 병실)로 옮겼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예상과 달리 환자 수는 연일 증가했고 같은 병실 또는 같은 병동을 쓰지 않은 사람 중에서도 감염자가 생겨 1일 현재 국내 메르스 환자는 무려 18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 군 복무 중인 한 병사는 메르스에 감염된 어머니를 만났지만, 군과 보건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다행히 해당 병사는 메르스 감염 위험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군 당국은 하마터면 메르스에 군이 뚫렸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자가격리 대상자 가운데 고령·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별도 시설로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차 감염 잠복기가 끝나는 이번 주를 메르스 사태의 고비로 보고, 3차 감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다음 닉네임 ‘독도’는 “매번 골든타임, 골든타임 소리 지르더니 정작 현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데드크로스를 만든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다음 닉네임 ‘11cushion’은 “메르스 환자 수는 보이지 않게 자꾸 늘어만 가는데 메르스 발생 11일 만에 총력 대응한다는 것이 맞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정부 발표”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지적에 대해 정부는 뭐라 항변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최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언급한 것처럼 메르스 3차 감염을 통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그 노력에 힘입어 더 이상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만일, (메르스) 첫 환자에 대한 접촉자들이 일부 누락되는 등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분명 메르스보다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이제 중동에 이어 두 번째로 메르스 환자 수가 많은 나라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더는 메르스 환자 수가 증가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