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동의 없이 성욕 억제제 강제 투여…'화학적 거세' 헌재 공개 변론

입력 2015-05-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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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바 '화학적 거세'로 불리는 성충동 약물치료는 헌법에 어긋나는 것일까. 재범 가능성이 있는 성범죄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강제로 호르몬을 조절, 성욕을 떨어트리는 이 제재방식은 2011년 7월 도입됐다.

이후 법원에서 몇 건의 약물치료 명령이 내려졌지만, 사회적으로 이 방법이 적절한 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지속됐다. 현행법은 재범 위험성이 있는 성 범죄자에 대해 당사자 동의 없이 약물을 강제로 투여해 성욕을 감퇴시킬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성충동약물치료법)'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 법원, "전자발찌나 신상공개 방법에 비해 과도한 제한"…위헌의견 제기

이 사건은 대전에 사는 임모(37) 씨가 낸 위헌 법률 심판 제청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심리가 시작됐다. 임 씨는 2009년 6월 5세 여아를, 7월에는 6세 여아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임씨가 소아 성기호증이 있어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며 치료감호와 성충동 약물치료를 청구했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안병욱 부장판사)는 범죄 예방 수단으로 약물치료 명령을 내리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상공개나 전자 발찌 부탁명령에 비해 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큰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당사자 동의 없이 강제로 약물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인권보다는 사회방위에 지나치게 치중한 것으로, 같은 제도를 도입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과 대조된다고 판단했다.

■ 법무부, "건강 침해 아니다" vs 피고인, "형벌보다 무거운 제재 가하는 것은 위헌"

이 사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약물치료가 재범 감소를 위해 효과가 있고, 건강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도착증은 자연적 치유가 어려운데다, 치료기간 동안 심리치료를 병행함으로써 범죄자가 성기능이 회복된 이후에도 스스로 성범죄를 억제할 수 있게 된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 실제 치료가 이뤄지는 일이 극히 적어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점도 합헌 논거로 들고 있다.

반면 임씨 측은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으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안처분이란 범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형벌과는 별도로 국가가 정책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형벌은 법률에 의해 엄격한 요건 하에 부과된다. '처분'으로 형벌과 동일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헌법으로 금지돼 있는데, 약물치료는 징역형 이상의 기본권 제한 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임씨 측 주장이다.

■ 약물치료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견 엇갈려

공개변론 참고인으로 나선 송동호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장은 약물치료를 통해 생물학적으로 성욕을 억제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다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그러나 만성적 성도착증 환자에 대한 호르몬 억제요법은 최소 3년 이상이 시행돼야 하는데, 장기간 치료는 부작용의 위험이 높고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테스토스테론' 혈중 농도가 다시 상승해 원래대로 돌아가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의 일종으로, 남성의 2차 성징과 정자 형성 촉진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또 다른 참고인인 이재후 치료감호소 소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약물치료를 하게 되면 재범률은 1~18% 정도로,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간에 치료를 중단한 집단의 9~68%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이 소장은 또 약물 투여시 열감이나 체중 증가, 고환 크기 감소, 우울감 등 부작용이 관찰되긴 했으나, 주사를 중단한 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치료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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