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법, 왜 대중에 책임 요구할까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5-01-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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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tvN)

인기 드라마 ‘미생’은 ‘재미’도 있었지만 ‘메시지’도 있었다. 극 중 장그래(임시완)의 삶은 고졸 출신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다. 계약직이란 고용 형태는 능력 유무에 상관없이 언제나 그의 발목을 잡았다.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해서인 걸로 생각하겠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거다”라는 장그래의 대사는 그의 삶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고졸’과 ‘계약직’이란 소재는 굳어진 취업난에 비하면 다소 비현실적이었지만 공감대를 자아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장그래법’을 논하고 있다.

장그래법은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다.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을 최대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으로 장그래의 이름을 붙였다. 비록 장그래법의 실효성에 대해 갑론을박의 양상이 일어나면서 법안 확정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장그래의 이름을 빌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생’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정부의 계책은 성공적이다. 대중문화는 가장 대중적이며 친근함이 내재해 있다. 우리는 장그래를 응원했고, 그의 슬픔을 공유했기 때문에 장그래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그 대상에 사회적 관심을 쏟아 붓는다. 시시비비를 떠나 지금의 갑론을박도 이러한 사회적 관심에서 촉발된 것이므로 날치기 법안 처리가 현존하는 지금, '대중의 감시'라는 측면에서 정치적 순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난방비 조작에 대한 주택법 개정안으로 발의된 ‘김부선법’, 의료분쟁에서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신해철법’ 등 제도적으로 논의만 거듭하던 법안들이 문화 인사들의 이름을 달고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대중문화의 이름을 빌린 법안에는 대중의 관심이 따라온다. 또 여야의 입장 차이, 사회 각 집단의 반발 등으로 벽에 부딪힌 법안들이 문화현상의 힘을 빌리면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더 이상 문화가 곁다리인 시대가 아니다. ‘변호인’ ‘명량’의 흥행에서 볼 수 있듯 문화에는 이제 대중의 힘이 실린다. 콘텐츠 역시 재미를 추구하는데서 나아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여론을 주도한다. 물론 여기에는 책임이 따른다. 1차 책임은 콘텐츠 생산자와 문화 주체에 있지만 이를 발전시키고 비판하며 사회의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2차 책임은 대중에 있다. “책임을 느끼는 것도, 책임을 지는 것도, 책임을 질만한 일을 하는 것도 다 그럴만한 자리를 가진 사람의 몫이자 권리야”라는 오차장(이성민)의 대사처럼 대중문화는 이제 문화를 넘어 사회 정화 기능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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