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2014 회고록’] 새파랗게 질린 증권가, 불황 녹일 봄은 오는가’

입력 2014-12-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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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개 지점 문 닫고 4000여명 감원… 술 사라진 회식 등 허리띠 졸라매

‘화려함’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여의도의 불빛이 희미해지고 있다. 올해 금융투자 업계는 유난히 차가운 계절을 맞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호황기를 누렸던 증권가는 온데간데 없고 경기침체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으며 1년 내내 구조조정의 찬바람에 떨어야만 했다.

올해 증권사들은 지점 축소, 인력 감축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국내 증권사 지점 200여개가 문을 닫았고, 4000여명을 감원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증권사 임직원 수는 3만7026명으로, 2012년 말 4만3091명에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리포트로 주가를 호령하며 전문직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애널리스트들도 1180명선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1509개였던 지점수는 1년 만에 1265개로 줄었다.

지난 4월 삼성증권에서 478명을 감원한 이후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HMC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등에서도 한파의 도미노가 몰아쳤다. 우리투자증권, NH농협증권, 현대증권 등에서는 희망퇴직을 받고 있고 지점 통폐합 작업도 진행 중에 있어 칼바람의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분기 전체 증권사 당기순이익은 8145억원으로 전분기의 2763억원에 비해 194.8% 늘었지만 의미있는 실적 개선으로 볼 수 없다는 평가다. 채권 관련 자기매매이익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용절감 등 일회성 요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지점과 인력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증권업황 부진, 거래량 축소, HTS(홈트레이딩시스템)와 모바일 거래 급증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감소 등이 구조조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객장의 풍경도 확 달라졌다. 영업점을 찾는 고객의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 실시간 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도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인수합병과 중소형사 구조조정 등으로 여의도를 떠나는 인력이 늘어나는 가운데 불만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마다 이런 풍파에 맞서고자 노조를 설립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힘겨운 줄다리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리 목숨’으로 연명하고 있는 증권맨들도 늘어나고 있다. 연봉 삭감, 계약직 전환 등의 악화된 처우에도 불구하고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가족들과의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이들을 옥죄고 있다.

차가운 거리로 내몰리며 갈 곳을 잃은 증권맨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소위 잘 나가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은 부티크를 차려 생명을 연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여의도에 위치한 S트래뉴가 부티크 단지로 각광을 받으며 뭉칫돈이 오가기도 했지만 현재는 돈줄이 말라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는 하소연도 들리고 있다.

회식 문화도 바뀌고 있다. 한때 불야성을 이뤘던 화려한 밤문화 공식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1차는 식사 자리, 2차는 차 한잔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어느덧 익숙해졌다. 한산한 거리 풍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들었다. 이렇다 보니 문전성시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던 여의도 주변 음식점과 술집들은 한숨만 짓고 있다. 소비 문화가 간소화되며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다.

증권맨들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한파는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올해처럼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며 “중소형 증권사들의 인수합병, 지점 및 인력 축소 등 구조조정 여파로 증권가를 둘러싼 흉흉한 소식들만 무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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