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러시아 정부가 언론 통제 고삐를 더 죄고 있는 가운데 압박을 받고 있는 서방 언론의 탈(脫) 러시아가 시작될 지 주목된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최근 자국 내 서방 언론의 영향력을 줄이려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데 따른 것. 러시아 당국은 오는 2016년부터 해외 자본이 자국의 위성 및 케이블 사업체에 대한 지분을 20% 이상 갖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기존엔 50%까지 보유가 가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따라 CNN 외에도 BBC, 알 자지라, 블룸버그TV 등 다른 방송들과 독일의 잡지 브루다 미디어, 월스트리저널(WSJ)이 소유하고 있는 신문 베도모스티, FT, 핀란드의 사노마 등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오랜 역사의 국영 통신사인 리아 노보스티(RIA Novosti)와 골로스 라시이(Voice of Russia)를 전격적으로 폐쇄, 통합하고 검색 엔진 서비스로 시작한 스푸트니크(www.sputnikmews.com) 산하에 두는 강수를 뒀다. 반 정부적 보도를 했다는 것이 이유로 알려져 있다.
국영 방송에서 `애국 앵커` 역할을 자처해 왔으며 현재 스푸트니크를 이끌고 있는 드미트리 키셸료프는 "우리는 세계를 단극 체제로 만들려 하는 (서방의) 공격적인 선동에 대항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키셸료프는 올해 초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 앞에서 "러시아는 미국을 화산재 핵(nuclear ash)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방송했고, 유럽연합(EU)은 그를 당장 제재 리스트에 넣었다.
스푸트니크는 온라인 뉴스 서비스에 이어 내년부터 30개 언어로 온라인 라디오 방송도 시작할 방침이다.
서방 언론들은 러시아가 경제적, 정치적으로 처해 있다는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CNN머니는 "러시아가 5중고에 처했다"면서 루블화 가치 폭락, 외채에 허덕이고 있는 은행권과 빚더미 정부, 치솟는 물가, 이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부정 등을 들었다.
한편 서방 국가들에서 러시아 언론들도 압박을 받고 있다. 시아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RT TV는 최근 영국 방송 당국으로부터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고, 오프콤(Ofcom)은 올해 3월 "우크라이나 정부 내에 나치 인물이 있다"고 언급한 것이 문제가 돼 벌금을 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