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다시 일어나 함께 뛸 수 있다면.

입력 2020-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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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텐 대표

2019년 연말을 이스라엘에서 보냈다. 한국이 2019년을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2020년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들떠 있을 사이, 새해를 일찍 맞이한 이스라엘은 분주했다. 이스라엘은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인 태양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음력인 자기들만의 유대력을 사용한다. 보통 이스라엘의 신년인 나팔절은 9월 중에 있는데 2019년에는 9월 23일이었고 2018년에는 9월 10일이었다.

이스라엘의 연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날 연휴에 휴가를 더해 거의 한 달가량을 쉬고 온 뒤라 그 어느 때보다도 생동감이 넘친다. 미팅이 많았던 어느 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사업 파트너가 불쑥 묻지도 않았는데 이런 설명을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나자마자 거침없이 얘기하고, 불필요하다고 느낄 만한 좀 과한 스킨십을 하는 모습을 보면 간혹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 거 같아. 근데 그건 유대인이란 것 외에는 문화, 환경이 모두 다른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이 땅에 모여 하나가 되기 위해, 우리 지도자들이 우리에게 통합을 위해 가르친 것이기도 해. 우린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악수를 하고, 허그를 하며 서로가 가진 장벽을 허물고 친해지려 노력해. 혹시나 조금 불쾌하다면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어.”

여하튼 그날 이후 나도 모르게 사업 파트너들을 만날 때마다 고향을 묻기 시작했다. 미국, 이집트, 러시아, 헝가리, 남아프리카공화국, 불가리아, 프랑스 등. 정말 같은 나라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각자 다른 역사적, 문화적, 환경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이스라엘이란 공통분모로 모여 1948년에 나라를 건국하고 70년 만에 세계적인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성인이 된 후 들었던 가장 이상한 얘기 중의 하나는, 경상도와 전라도에 관한 얘기였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잘 살고 있는 우리 집은 6·25 때 피난 온 황해도 이북 사람들이다. 근데 원래 남한 사람들이었던 경상도와 전라도는 왜 하나의 대한민국이 되지 못하는 걸까? 이스라엘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우리는 왜 분열해야 할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요새는 지역 갈등을 넘어 계층 갈등, 젠더 갈등, 이념 갈등, 세대 갈등 등 다양한 사회 갈등으로 대한민국이 분열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방향을 잃은 대한민국호는 주변국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2019년 실업급여가 8조 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25% 이상 늘어난 액수이다. 또한 전체 실업자 가운데 25~29세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7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기록했다. 2019년 코스피 주요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45% 감소하였고 10대 그룹 상장사의 영업이익 또한 크게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 기업 수가 전년과 비교해 20% 가까이 줄었다. 그 결과 세수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게 보긴 힘든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 불안한 중동 정세 등의 국외 리스크는 물론 수출·생산·투자의 동반하락, 자영업자의 몰락, 극심해진 소득 양극화 그리고 인구 감소와 노령화 문제 등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국내 현실이 장단기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정도 되면 생각나는 말이 있다. “무엇이 중헌디?” 국민이 있어야 나라도 있고, 민생이 안정되어야 정치도 있는 것이다. 이제는 분열이 아닌 통합으로 미래를 대비할 순 없을까? 우리와 같은 해에 건국한 이스라엘이 유대인이란 이름으로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글로벌 최고 혁신 국가를 이룬 배경에는 통합과 혁신의 리더십이 있었던 건 아닐까?

촛불집회가 아닌, 시청광장을 가득 메웠던 붉은 악마들의 “대한민국” 외침이 그립다. 각종 스포츠 경기의 승전보와 대한민국 기업들이 일본을 누르고 급기야는 미국을 앞질렀다는 세계 시장에서의 선전 소식이 그립다. 신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의 뉴스가 우리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었던 그 순간이 그립다. 다시 일어나 그때의 대한민국처럼 같이 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 우리는 다시 출발선에 서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매의 눈으로 미래를 볼 수 있게 하는 리더의 총성 소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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