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위해 '회장님표' 김치·와인 계열사에 강매한 태광그룹

입력 2019-06-17 12:20 수정 2019-06-1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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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태광계열사 부당지원 행위 제재...총수일가 33억 부당이익 취득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뉴시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뉴시스)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가 생산한 김치·와인을 전 계열사에 대량구매 하도록 지시해 부당이득을 취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태광 동일인)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태광의 이 같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적발하고, 해당 행위에 나선 티시스, 메르뱅 등 태광 소속 19개 계열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1억8000억 원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와 함께 전 계열사의 김치·와인을 대량 구매하도록 지시·관여한 이호진 전 회장 및 김기유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과 19개 계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에 대해 총수 또는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상장사 30% 이상)을 보유한 회사에 상당히 유리한 거래, 사업기회제공 등 부당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3년 12월 다수의 총수일가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기유 실장은 그룹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이호진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시스템통합(SI), 부동산관리 업체인 티시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휘슬링락CC로 하여금 김치를 제조해 전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기로 계획했다.

휘슬링락CC는 동림관광개발(총수일가 100% 지분 소유)이 설립한 고급 회원제 골프장 운영 업체다. 휘슬링락CC는 2011년 개장 이후 계속해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2013년 5월 총수일가 100% 소유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돼 사업부로 편입됐다. 이로 인해 티시스의 전체 실적이 악화됐다.

김기유 실장의 계획에 따라 휘슬링락CC는 2014년 4월 강원도 홍천군 소재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해 김치를 대량 생산했다.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의 김치를 회사비용(직원 복리후생비·판촉비)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특히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르면 사내근복지기금은 근로자재산형성 지원, 장학금 등 생활원조 등으로 지출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있다.

또한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전용 사이트(태광몰)를 구축해 임직원들에게 김치구매 포인트(19만 점)를 줘 김치를 구매토록 했다.

계열사들은 이를 통해 휘슬링락CC의 김치를 법 위반 기간 동안(2014년 상반기~2016년 상반기) 고가(1kg 당 1만9000원)로 무려 512톤, 95억5000만 원 어치를 구매했다.

공정위는 또 태광 계열사들이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메르뱅(와인 소매 유통업체)으로부터 대량의 와인(46억 원)을 아무런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한 사실도 적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4년 7월 태광그룹이 소위 ‘그룹 시너지’ 제고 차원에서 계열사간 내부거래 확대를 위해 계열사들에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고, 또한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계열사들은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 또는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을 활용해 법 위반기간(2014년 7월~2016년 9월) 동안 총 46억 원 어치의 와인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태광 계열사들이 김치와 와인을 대량 구매하면서 현금배당, 급여 등을 통해 이호진 전 회장 등 총수일가에 제공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 원(김치 25억5000만 원·와인 7억5000만 원)에 달했다.

태광 계열사들의 이러한 부당 지원 행위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되고, 골프장·와인유통 시장에서의 경쟁까지 저해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는 2013년 9월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된 이후 최초로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항을 적용해 제재했다는데 중대한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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