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승진 패러다임 바뀌나

입력 2016-07-26 09:10 수정 2016-07-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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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승진 공식이 변하고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서 고객 수익률을 직원 평가에 도입했던 것이 은행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전통적인 수익원인 예대마진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객 자산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른 은행들로 확대되나 =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직원 평가자료인 핵심 성과지표(KPI)에 고객 수익률 항목을 일부 적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1년 지주 내 증권사와 협업한 PWM센터를 국내 최초로 출범시키면서 증권사의 수익률 우선 문화가 KPI 반영으로 이어졌다.

개인고객 자산관리사(PB)에만 도입된 상태로 전 직원으로의 확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직원들 KPI에 고객 수익률 항목을 넣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직원 평가부터 고객의 수익률을 KPI에 도입해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있다”며 “이 결과가 승진에도 반영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KPI의 수익성 항목에 일부 점수화 해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은행권이 고객 수익률 인사고과 반영을 도입하고 있지만, 전면적으로 도입하기엔 이르다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직원의 상품 권유만으로 고객 수익률이 높아졌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객 수익률은 말 그대로 고객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때문에 직원 능력 말고도 자산관리에 탁월한 고객의 선택이 중요한 요소다.

게다가 수익률은 국내외 복잡한 경제 상황에 따라 운도 작용한다.

한 PB센터 팀장은 “직원과 고객의 자산관리 성과를 인정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고객 수익률이 높은 직원과 해당 고객들도 성공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고객 수익률로 인한 특별 승진이 요행이란 인식이 나올 수 있고, 승진 동기 부여에 실패할 수도 있다.

◇승진 패러다임 변화… ‘수익률 평가’ = 은행권에선 생소하던 고객 수익률 평가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 건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상반기 관리자, 책임자, 행원 등 전직급에 걸쳐 1000여 명의 승진인사를 하면서 기존 팀 실적 평가와 함께 고객에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준 직원에게 가점을 준 인사를 도입했다.

기본 승진 대상자 외에도 고객 수익률이 좋은 직원들에게 특별 승진의 기회를 주는 제도다.

이번 인사에서도 영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직원들이 75% 승진했다. 특히 승진 연한은 채우지 못했지만 탁월한 영업성과를 나타낸 직원들도 특별승진시켰다.

2003년 외환은행 고졸 계약직 텔러 출신인 춘천광장지점 김정미 계장은 2012년에 정규직으로 전환해 2015년 2월 계장이 된 후 탁월한 영업성과를 인정받아 1년 5개월 만에 대리로 특별승진하게 됐다. 계장에서 대리는 평균 3~5년 걸린다.

김 대리는 펀드, 방카, 신용카드 등 전 부문에 걸쳐 매월 영업본부 내 평가에서 1등을 차지해 왔다.

KEB하나은행은 관계자는 “이번 제도의 도입 효과나 반응 등을 고려해 앞으로도 승진 인사에서 정착시킬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제 도입 촉매제 될 수도 = 개인 성과주의 도입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는 은행권에선 개인평가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이 가능하다.

은행은 전형적으로 팀 성과제로 운영되고 있다.

예컨대 A지점이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면 그 지점 직원들은 동일한 평가 등급을 받게 된다. 영업 담당 직원의 성과가 혼자만의 평가가 아니라 비영업 부서 직원들과의 협업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인식에서다.

일각에선 고객 수익률 반영 승진 제도가 성과주의 도입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객 수익률로만 인사고과를 결정하기보다 일부 참고 지표나 승진 가산점을 주면 기존 팀 평가제를 유지하면서도 개인 성과를 반영할 수 있다.

은행 직원들이 성과주의 도입에 가장 반대하는 이유가 업무 영역의 상대성이다.

이를 감안해서 기존 승진인사는 그대로 가고, 추가로 고객 수익률이 눈에 띄게 높은 직원을 특별승진시켜 주는 방식이다.

고객 수익률 우수 직원을 대거 승진시킨 KEB하나은행도 기존 승진과 특별승진을 동시에 진행해 직원들의 반발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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