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돕지는 못할망정… 핵심산업 발목 잡는 정부

입력 2017-10-19 10:39 수정 2017-10-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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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록 산업1부 기자

“TV용 OLED 패널은 6개월~1년가량 미리 주문해서 생산하는 구조라 타이밍이 늦으면, 기존 고객마저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LG디스플레이 주요 경영진은 최근 하루가 1년 같은 기분이다. 중국 광저우(廣州)에 OLED 공장을 짓기로 했는데,우리나라 정부가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탓이다.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는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 건립 승인 여부를 위한 2차 소위원회가 개최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기약 없는 3차 회의를 또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게 정부가 밝힌 승인 지연의 이유이지만, 업계에서는 해외 진출 대신 국내 투자를 장려하는 정부의 기류(氣流)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미래 먹거리를 위해 LCD에서 OLED로 과감히 사업 구조를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 오는 LCD 시장에서는 앞으로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중국 OLED 공장 건설을 선택했는데, 이마저도 위태롭게 됐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조치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심사 중인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결국 발동된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을 정부가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잡은 개별 기업의 발목이 결국 산업 전체의 중장기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기업들이 적기에 대규모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산업은 한국 경제의 큰 버팀목이다.

10~20년 후에도 한국이 수출 강국으로 남기를 바란다면, 정부는 탁상행정(卓上行政)을 멈추고 서둘러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공장 건설 승인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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