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벼농사의 새로운 도전과 응전

입력 2014-10-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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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훈 농촌진흥청 벼맥류부장

그동안 해외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농업 기술과 많은 우수 품종을 기증하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통일벼’. 1960년대 식량 자급은 국가적인 숙원이었고, 정부는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해 우리나라 기후에 맞고 생산성이 좋은 품종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1971년 ‘기적의 볍씨’로 불리는 ‘통일벼’가 탄생했다. ‘통일벼’ 개발은 ‘녹색혁명’으로 불리며 2009년 ‘국가연구개발 반세기의 10대 성과사례’의 첫 번째 연구 성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보릿고개가 언제였느냐는 듯 쌀 소비 감소와 쌀 의무수입물량(MMA) 증가에 따른 수입재고 쌀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수입재고 쌀을 보관하는 데만 매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데다 쌀 소비마저 줄고 있어 쌀 관세화 유예종료를 발표했다. 정책발표 이후 정부기관, 쌀 전업농, 관련업체 등 모든 분들의 마음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넋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통일벼’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농촌진흥청 벼 연구자들과 세계 최고 수준의 벼 농사기술을 가진 농민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쌀 관세화의 위기를 넘어 더 단단한 식량자급기반 구축과 쌀 수출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쌀 관세화에 대응하려면 먼저 우리보다 15년 먼저 관세화로 전환한 일본과 2003년 전환한 대만의 사례에서 해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수입쌀 시장 차별화를 철저히 하여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였고, 수입쌀을 가공용이나 원조용 등 영향이 적은 시장으로 유도하여 국내 쌀 가격 안정을 꾀했다. 또한 대만은 쌀 수출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관세화 전환 1년 만에 일본에 쌀 수출시장을 개척하였다.

이제 우리는 일본과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 쌀의 경쟁력 강화로 식량자급기반을 더욱 굳건히 하고, 쌀 수출을 일본, 중국 등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수입쌀보다 맛과 품질이 우수하고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좋은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우리나라 지역별 맞춤형 벼 13개 품종을 개발하였고,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배 안정적인 내재해성 벼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건강 기능성 가공용 등 용도별 품종개발 확대로 소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둘째, 생산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직파재배기술 개발과 1년에 두 번 이상 농사를 짓는 이·삼모작을 확대시켜 농경지의 이용률 제고로 농가소득을 높여야 한다. 실제, 남부지역 한 농가에서는 한해에 벼와 보리를 이어짓기해 벼를 한 번만 재배하는 것보다 농가소득이 43% 증가하고, 조생종 벼를 일찍 수확하여 추석 전 출하로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개발된 벼 품종 판별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입쌀이 혼합되거나 국산 쌀로 둔갑하는 부정 유통을 방지하여 우리 쌀 시장을 보호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넷째, 쌀 수출을 확대해 우리 쌀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중국은 불량 식품의 빈번한 발생으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일본 쌀보다 밥맛이 좋은 최고품질 쌀과 친환경 쌀로 공략한다면 한국 드라마, K-팝 열풍에 이어 쌀도 한류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쌀 관세화 유예종료 정책발표 이후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한민족은 오천년 역사 속에서 수많은 외적의 침입을 견뎌내었고, 6·25 동란 이후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내었으며, 가까이는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금 모으기 운동’ 등으로 가장 짧은 기간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벗어난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기적의 쌀 통일벼 개발로 녹색혁명을 증명한 나라 대한민국이 벼농사의 새로운 도전 앞에 모두가 지혜를 모은다면 후손들에게 더욱 굳건한 식량자급 기반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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