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의 어제와 오늘] 웃음의 주역, 그대 이름은 코미디언!

입력 2014-09-19 11:14 수정 2014-09-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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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코미디언은 어쩌면 사람을 정화하기 위해 고통의 짐을 지는 영웅 같다. 그들은 우리를 웃기기 위해 기꺼이 바보가 되고 백치가 된다. 그들은 우리를 눈물 나도록 웃게 하기 위해 엉덩이를 차기보다는 채이고, 몽둥이로 때리기보다는 얻어맞고, 케이크를 던지기보다는 뒤집어 써야한다.”애드가 모랭의 ‘스타’에서 코미디언에 대한 언급은 우리에게 웃음을 전달해준 한국 코미디언에게도 적용된다.

“한국 코미디와 코미디언은 서민에게 웃음의 전령사라는 큰 의미를 지니지만 오랫동안 저질의 동의어였고 편견과 가혹한 비난 속에서 성장해왔다.”30여년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인덕대학에서 코미디를 강의했던 김웅래 KBS전PD는 한국 코미디와 코미디언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을 이렇게 적시했다.

시대의 아픔과 서민의 애환을 달래는 웃음을 선사했던 한국 코미디와 코미디언들은 그 존재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진화를 거듭하며 대중에게 새로운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웃음의 전령사, 코미디언들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코드와 장르를 달리하며 큰 웃음으로 대중의 마음을 정화시켜온 것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1960년대 악극무대에서 만담, 노래, 연기로 수많은 사람을 웃겼던 구봉서 서영춘 송해 등 코미디언들이 1961년 KBS TV개국과 함께 막이 오른 TV 코미디로 대거 이동해 안방 시청자에게 본격적인 웃음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웃으면 복이 와요’‘코미디 대행진’ 등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만담, 슬랩스틱 코미디, 콩트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를 통해 코미디언들은 1960~1970년대는 먹고사는 것이 당면 목표였고 빈곤을 벗어나려 했던 이땅의 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웃음을 선사했다. 웃길 것 같지 않는 외모와 대사로 일관하다 마지막 의외의 반전을 기막히게 연출하는 막둥이 구봉서, 빠른 대사와 우스꽝스러운 몸놀림의 서영춘, 늘 당하기만 하는 바보의 전매 특허인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가 배삼룡, 부조화 속에서 기막힌 웃음을 엮어내는 이기동과 권귀옥 콤비, 속사포 만담 달인 장소팔-고춘자 콤비, 싱크로률이 높은 행동과 퍼포먼스로 웃음을 준 남철-남성남 콤비 등은 가난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에게 웃음꽃을 피게했다. 구봉서는“잘 짜여진 극본도, 세트도 의상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코미디언들의 열정과 악극에서 다진 실력과 연륜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컬러 방송과 함께 문을 연 1980년대에는 이전과 다른 형태의 코미디를 낳았다. “콩나물 팍팍 무쳤냐”로 잘 알려진 코미디언 이주일의 활약도 있었지만‘유머 일번지’‘쇼 비디오자키’등의 프로그램에서 정밀한 대본에 의해 계산된 구성과 만들어진 상황에 의해 웃음을 자아내는 방식이 지배했고 시사풍자, 개그 등 코미디의 하위 장르가 다양하게 확장됐다. 웃음의 주역을 지칭하는 용어가 ‘코미디언’에서 ‘개그맨’으로 바뀌기 시작한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는 용어의 변화만큼이나 웃음의 주역들의 세대교체가 급격하게 이뤄졌다. 이 시기 전통적인 코미디가 사라지고 시사코미디, 스탠딩 개그 등 새로운 하위 장르의 코미디가 주류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전유성, 김형곤, 이홍렬, 심형래, 이경규, 이경실, 이성미, 김미화, 최양락, 이봉원 등이 순발력 있는 상황 반전과 허를 찌르는 참신한 토크 코미디로 웃음을 선사하며 웃음 메이커로 떠올랐다. 의외성과 천재성으로 웃음을 준 전유성, 시사풍자의 대가 김형곤, 서민스럽고 친밀한 분위기의 이홍렬, 깔끔한 재치와 능수능란한 말발의 이성미, 평범을 비범으로 전환시킬 줄 아는 이경규, 과장조차 어색하지 않는 이경실, 서민들의 캐릭터를 주요 소재로 활용한 김미화, 어눌한 말투를 코미디의 무기로 활용한 최양락, 바보흉내로 배삼룡의 뒤를 이은 심형래 등은 각자의 독창성으로 다른 빛깔의 웃음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10~20대가 대중문화의 주요한 소비층이자 트렌드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잡은 1990년대에 는 코미디의 소비양태도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코미디는 전통 코미디의 퇴장과 함께 시트콤, 콘서트형 개그 등 다양한 형태의 코미디가 선을 보였고 웃음의 주역은 김국진, 남희석, 이휘재, 김용만, 서경석, 신동엽, 유재석, 박수홍, 조혜련, 김효진 등 개그맨 콘테스트 등을 통해 입문한 대학 출신개그맨들이었다. 이들은 ‘오늘은 좋은날’ ‘테마게임’등을 통해 웃음을 선사했다.

웃음의 소재가 파편화되고 다양화 될뿐만 아니라 웃음의 코드가 10~20대가 초점을 맞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코미디는 젊은층이 소구하는 장르로 한정됐고 중장년층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멀어져 갔다. 이 시기 1999년 9월 첫 선을 보인 KBS‘개그 콘서트’에서부터 2003년 등장한 SBS‘웃음을 찾는 사람들’까지 공개 개그 코미디 프로그램이 득세하면서 웃음의 스타들은 이들 프로그램에서 배출됐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은 코미디의 진화의 본산지 역할을 했다. ‘개그 콘서트’의 심현섭 김영철 박준형 정종철 박성호 김준호,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컬투, 김신영, 김형인, 양세영 등 숱한 스타 개그맨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2000년 중후반들어 ‘개그 콘서트’만이 시청자의 눈길을 끌뿐 웃음의 소재빈곤, 10~20대에만 소구하는 웃음의 코드, 코미디 스타들의 예능 프로그램 진출 등의 문제로 코미디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최근 들어 ‘개그 콘서트’와 tvN‘코미디 빅리그’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웃음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이홍렬 등 신구 개그 스타들이 웃음의 전령사로 전면에 나서면서 코미디가 서서히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독창적인 웃음 소재 개발, 다양한 연령층에 소구하는 웃음 코드의 발굴, 코미디 스타의 코미디 프로그램의 지속적 출연 등 코미디가 대중의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기위해서는 선결해야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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