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시장경제'-불붙은 내수, 경제성장 견인

입력 2014-09-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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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수 경기는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북한을 오가는 무역업자나 북한 주민과 연결된 소식통들이 전하는 북한 경제의 한 모습이다.

'시장의 힘'이 작동하면서 내수 경기가 살아나 북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도입한 기업소의 독자경영권 확대 조치가 무역과 생산물 처분권의 자율성을 강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그 이익의 일부가 노동자들에게 분배돼 구매로 이어지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북한 주민들의 시장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은미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최근 입국한 탈북자들을 설문조사한 데 따르면 조사대상의 약 95%가 시장에서 의류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개인이 돈을 주고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66.9%로 국가에서 집을 배정받은 14.3%의 4배에 달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 시장들에는 그야말로 고양이뿔 외에는 없는 게 없다고 할 정도"라며 "고위층과 그 자녀는 물론 중산층도 달러만 있으면 해외 부유층에 버금가는 유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심지어 해외에 있는 북한 무역업자들 사이에서는 '숙청공포'만 없으면 모든 게 풍족하고 물가도 저렴한 북한에서 사는 게 훨씬 좋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호황의 중심에는 김정은 체제에서 속도를 내는 건설경기가 있다.

북한 매체에서는 생산시설은 물론이고 고급 아파트와 다양한 문화오락시설, 식당이나 상점 같은 크고 작은 상업 및 서비스 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낡은 시설들을 부수고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공사도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최근 입국한 고위층 탈북자 이모씨는 "김정은 정권이 관심 갖는 사업이라도 국가자금만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남한처럼 돈을 벌려는 기업이나 개인들이 투자하고 시장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고 전했다.

재정이 부족한 북한 당국이 기관이나 기업소, 개인들에게 지분이나 수익금 배분 등 다양한 대가를 지불할 약속을 하고 투자를 받는 구조여서 이익이 남지 않으면 애당초 사업을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씨는 "북한은 무늬만 사회주의일뿐 수요와 공급, 이윤의 확보라는 시장경제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처럼 북한의 건설붐이 지도자의 정치적 '치적쌓기' 용이라면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겠지만 사적 경제주체의 이윤추구를 동기로 하고 있어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북한은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관계기관 자료를 토대로 북한 경제가 최근 3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경제 성장은 외부에서 돈이 들어오고 시장에 돈이 원활히 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돈이 돌게 하는 내수 열기의 촉매제로 해외인력 송출이 주목된다.

북한은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동유럽, 몽골, 중동, 아프리카 등 무차별적인 인력 송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 파견된 건설노동자는 2만명이고, 지난해 기준으로 쿠웨이트 4천여명, 아랍에미리트(UAE) 1천여명, 카타르 2천여명, 리비아 250여명, 나이지리아 250여명 등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중국에 파견된 인력은 그 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인 인력 송출을 넘어 중국 국영기업은 아프리카 건설 현장에까지 북한 인력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중국 매체가 전했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지난 7월 아프리카·중동 순방 때 인력 송출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갈수록 인건비가 높아지는 해외 건설시장에서 성실하고 기술도 갖춘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어 중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북한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들 파견 노동자들이 가족에게 보내는 외화는 당국이 일부 공제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고스란히 북한으로 유입돼 시장을 통해 유통되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영양제'가 되고 있다.

남한에서 196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 1970년대 중동 파견 근로자들이 본국에 송금한 외화가 경제발전의 종자돈이 됐던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단기적인 경제성장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낙 경기가 바닥에 있는 상황이어서 인력송출이나 소규모 무역거래, 시장 활성화 등의 조치로 경제상황이 호전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공식적인 대외경제 여건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체제 들어 다양한 북한식 경제개혁 조치와 시장의 힘으로 단기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본격적인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속성장을 위해 핵문제 해결 등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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