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준의 썰] 잇속챙기다 소비자 놓친 주유소협회

입력 2014-06-1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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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주유소협회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석유제품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제도 탓이다.

정부가 내달 준비 중인 주간보고제가 시행되면 주유소는 석유제품의 거래 상황을 매주 석유관리원에 보고해야 한다. 지금은 매달 주유소협회에 보고하고 있다. 주유소협회가 이를 취합해 한국석유공사에 주면 다시 석유관리원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당초 주간보고제는 그간 오랜 폐단으로 지적됐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었던 가짜석유 문제에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주유소 업체들의 유류거래 현황을 보다 세밀하게 들어다보면서 가짜석유와 불법소지를 줄여나가겠다는 취지다.

이에 당사자인 주유소협회는 지난 9일 전국에서 3029개 주유소의 동맹휴업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협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대형마트, 농협, 삼성토탈 등 대기업과 공기업을 앞세운 시장개입 정책으로 업계를 몰아세우는 것도 모자라 한국석유관리원이라는 '관피아'를 내세워 시장을 통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님께 드리는 주유소업계 호소문'을 발표해 "주간보고는 가짜석유 근절에 효과가 없고, 경영난에 처한 주유소에 부담을 지울 뿐"이라고 호소했다. 월간보고를 주간보고로 전환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이 주유소들을 옥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유소협회는 사실상 정부와 여론의 냉대를 받고 있다. 주유소협회가 회원 주유소들의 잇속만 챙기려다 당위성을 상실한 형국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우 가짜석유 근절과 공정한 유류관리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주유소협회의 경우 그 근거가 희박하다.

주유소협회는 세월호 논란 이후 이슈가 된 관피아를 언급하고 있지만 그간 가짜석유와 천차만별인 주유소 유가에 찜찜했던 소비자 입장에선 '억지춘향'이 따로 없다. 절충안으로 내놓은 주간보고제의 2년 유예 또한 정부정책을 대신할 방안이 아니라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 형국에 불과하다.

주관기관인 석유관리원이 이미 주간보고 전산보고시스템 구축을 위해 2년간 예산 130억원을 확보해 놓은 것과는 전혀 다른 주먹구구식 주장이다.

아니나 다를까. 세월호 이후 근신행보를 이어갔던 정부가 동맹휴업을 불법행위로 간주하며 협회 취소 등 강공책을 이어가면서 주유소협회의 행보 또한 당황한 가운데 주춤거리는 모양새다. 12일 예정됐던 동행휴업은 24일로 연기된데다 최초 휴업 무산으로 알려지면서 휴업의 동력도 힘이 빠진 상태다. 알뜰주유소와 정유사 직영점 등도 정부의 우군으로 합류하면서 협회의 협상도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어 최근 이라크 정정불안으로 국제유가가 흔들리면서 국내유가의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이 가운데 주유소협회가 여론과 소비자에게 협회 잇속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비춰진다면 어떨까. 협회가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점은 옳다. 하지만 그간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이익단체의 행보가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는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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