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영웅은 명해설자가 될 수 없나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6-1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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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종국, 이영표, 안정환, 박지성, 차두리, 김남일(사진=뉴시스)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축구공 하나에 웃고 울고 환호한다. 어떤 이는 새벽잠을 설치며 축구공 향방을 주시한다. 둥근 공이 사람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어디 사람뿐일까. 축구공 향방에 따라 경제가 들썩인다.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금액도 축구공 앞에선 예삿일이다.

그래서일까. 지금 브라질엔 축구를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기간 약 60만 명의 관광객이 브라질을 다녀갈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브라질은 우리에게 지구 반대쪽 먼 나라다. 시차도 12~13시간이다. 대다수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 출근시간대 모바일TV(DMB)를 통해 월드컵을 시청해야 한다. 축구 한 경기를 보는 일도 순탄치 않다.

그러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수롭지 않다. 월드스타들의 현란한 발재간과 우승후보들의 탄탄한 조직력을 매 경기 볼 수 있어 꿈같은 기간이다.

요즘은 월드컵을 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영웅들이 해설자로 변신, 그간 숨겨뒀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김남일, 이영표(이상 KBS), 송종국, 안정환(이상 MBC), 박지성, 차두리(이상 SBS)가 주인공이다.

방송 3사는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들을 해설위원으로 영입, 친근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겠다는 전략이다. 방송 3사의 시청률 경쟁이 다분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월드컵 영웅들은 장점이 많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장감 있는 해설이다.

실제로 흥행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이영표는 매 경기 승리 팀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예언가적 발언으로, 안정환은 개성있는 말투와 돌직구 해설로 화제다. 이들의 말 한마디는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요동치게 할 만큼 가공할 파급력을 지녔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월드컵 영웅들의 해설에선 아직까지 전문성도 독창성도 감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고작 친근함과 언어적 파급력 정도다.

스포츠 해설위원은 크게 3가지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경기 흐름ㆍ기술을 잘 읽는 선수 출신과 심리ㆍ역학적 분석이 탁월한 교수, 데이터 분석이 뛰어난 기자 출신이다.

훌륭한 축구 해설을 위해서는 실전 경험뿐 아니라 교수만큼 연구하고, 기자만큼 철저하게 분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게다가 언어 전달 능력과 전문 지식까지 갖춰야 한다. 해설자의 능력은 곧 시청률이다. 때로는 대중으로부터 혹독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내용 없는 빈 껍데기 해설, 언어적 유희로써 달콤함만 추구한 해설,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해설, 상황에 따른 판단ㆍ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해설, 경험담만 늘어놓을 뿐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설은 시청자가 먼저 알아본다. 단순히 화제성 발언과 돌직구 해설은 파급력은 기대할 수 있어도 결코 명품해설이 될 수는 없다.

월드컵 영웅들의 자리는 해설위원이 되기 위해 장기간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온 누군가의 자리이기도 하다. ‘능력도 실력도 자격도 없는 월드컵 영웅들이 단순히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해설위원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2002년 4강 신화를 기억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again 2002’를 외치고 있지만 결코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영웅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나왔다. 2002년 그 절박했던 마음과 불타는 투혼을 이젠 축구 해설에 쏟아 부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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