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큰손 ‘사모펀드’] PEF 252개 약정액 45조5000억… 10년새 9배 성장

입력 2014-05-20 10:30 수정 2014-05-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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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겪으면서 투자금 수요 늘어… 기업가치 높여 되파는 ‘선순환 구조’

최근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 KK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는 4년 만에 4조원이 넘는 투자 이익을 냈다. 지난 2009년 국내 1위 맥주업체인 OB맥주 지분 100%를 18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 사들인 뒤 최근 AB인베브에 58억달러(약 6조1700억원)에 매각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사모투자전문회사(PE)가 생격난 뒤 10년이 지났다. 글로벌 PE와 나란히 경쟁하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2014년 현재 국내 경제를 주무르는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지난 10년은 국내 사모투자전문회사(PE)와 사모투자펀드(PEF)의 태동기였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이들이 미국 기업을 인수해 4조원의 차익을 실현할 날이 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10년 새 9배 성장 = 우리나라 최초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는 2004년 12월 출발한 ‘미래에셋파트너스1호사모투자전문회사’와 ‘우리제1호사모투자전문회사’이다. 2005년 국민연금이 H&Q와 신한PE를 위탁운용사로 선정해 35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하고 보고펀드와 MBK파트너스가 만들어지면서 PE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IMM인베스트먼트에서 분리된 IMM PE가 설립됐고, 2011년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분사한 EQ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이 설립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4월 30일 현재 등록된 PEF는 총 252개, 출자약정액은 총 45조5174억원에 달한다. 2005년 말 기준 PEF 15개, 약정액 4조7000억원에 불과했는데 10년 만에 9배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PE의 성장은 필연적인 결과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전까지 전통적으로 은행 대출을 통해 산업 발전을 지원했다.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 개선이나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 매각 등의 투자가 활발해졌는데, 원리금 상환 의무가 있는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점이 PE 성장을 견인했다. PE들은 초기에 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개인의 경우 최소 10억원의 투자자금 하한선이 있어 참여가 쉽지 않았고, 동원하는 자금이 큰 국민연금 등 기관들이 대체투자로 눈을 돌리면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졌다.

김재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연기금들이 주식이나 채권 등을 통해 충분히 일정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그게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고, 그 자금이 PE로 몰려 PE 운용규모와 사모펀드 시장이 커진 것”이라며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서 PE 운용사들이 기업에 투자한 후 단기간에 빠지는 것이 줄었고,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PEF 시장을 키웠다”라고 말했다.

◇M&A 큰손으로 부상한 사모펀드 = 자본시장에서 PEF의 위상이 달라진 데는 비단 그 규모만이 아니다. M&A 시장에서 PE의 약진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전부터 PE는 M&A 시장의 ‘큰 손’이 됐다. MBK파트너스가 최근에 인수한 국내기업은 코웨이, ING생명보험, 네파 등이다.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 한진해운의 벌크전용선 사업 지분 등을 인수했으며, 보고펀드는 동양생명, IMM인베스트먼트는 현대상선의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부를 가져갔다. 동양매직의 우선협상 대상자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NH농협-글랜우드 컨소시엄으로 결정됐다.

PE가 M&A 시장에서 우뚝 선 데는 지속적으로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PE는 투자를 위해 기업인수에 나설 뿐 아니라 M&A 시장에 좋은 매물을 만드는 주역이기도 하다. 기업인수 후 투자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엑시트를 하기 때문이다. 매수자이면서 매각자인 셈이다. 이처럼 특수한 역할과 풍부한 자금력이 M&A 시장에서 PE의 위상을 키웠다.

신경철 삼정KPMG 전무는 “M&A 시장에서 최근 PE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 인수한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재매각에 나서는 점 때문에 PE들이 M&A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 규모는 2008년 30조4000억원에서 2013년에는 27% 증가한 3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M&A 건수는 847건에서 400건으로 줄었는데 거래 금액은 되레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사모투자전문회사(PE)들이 모집한 자금은 9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올해 M&A 매물이 여럿 등장한 점, 사모투자전문회사(PE)들이 모집 자금이 풍부한 점 등이 M&A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들이 투자 회수 시기를 맞이하면서 M&A 시장에서는 PE들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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