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통계와 숫자, 야구를 바꾸다

입력 2014-05-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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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과 박사과정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영화 ‘머니볼’의 주인공 빌리 빈(브래드 피트 분)은 실존 인물이다. 빌리 빈은 가난한 프로야구단의 단장이다. 그의 팀은 주축 선수를 부자 구단에 뺏기며, 늘 하위권을 맴돈다. 빌리는 성적을 위해 선수를 선발하는 전통적 방식에 반기를 든다. 투지와 근성으로는 승리를 만들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빌리는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통계를 통해 선수를 선발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On base percentage Plus Slugging percentage)와 같은 수치를 선수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안타, 홈런, 타점을 최고로 치던 당시 야구계에서 OPS에 초점을 맞춘 선수 선발 방식은 큰 반발을 산다. 기존의 전문가들은 야구는 숫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며 빌리를 비웃는다. 하지만 결과는 빌리의 승리였다. 팀은 리그 최다 20연승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킨다.

야구가 매력적인 이유는 기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합 중 투구 하나, 타석 한 번에도 의미가 부여된다. 이러한 기록들이 모여 한 경기를 만들고, 경기가 모여 한 시즌을 이룬다. 이런 데이터가 다년간 쌓이면, 신뢰할 수 있는 통계 지표인 빅데이터를 이룬다.

‘세이버 매트릭스’로 불리는 빅데이터 활용 분석법을 야구 팬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OPS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등이 대표적이다. 빌리 빈의 성공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은 세이버 매트릭스를 중요한 방법론으로 인정했다. 기술 발달로 선수의 움직임과 같이 기록할 수 없는 영역도 통계화하려 시도 중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통계를 구단 운영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최근 늘고 있다.

세이버 매트릭스는 호불호가 갈린다. 야구를 숫자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확한 통계로 약점을 알고,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으로 리그의 수준이 상승한다면 야구팬의 행복지수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오차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인다면 국내 야구가 단순한 모기업의 홍보 수단이 아닌 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이 통계 그리고 숫자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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