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이웅렬 회장의 남모르는 고민

입력 2006-05-12 14:40 수정 2007-03-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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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좋아졌는데, 미래 성장동력이 없네…”

“실적은 좋아졌는데, 미래 성장동력이 없네…”

외환위기 이후 사옥 매각, 계열사 정리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코오롱 그룹이 드디어 그 결실을 보고 있다.

적자에 허덕였던 코오롱유화, 코오롱건설, FnC코오롱 등의 주요 계열사들의 1분기 실적이 호전되면서 덩달아 주가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FnC코오롱은 지난 9일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57억원, 1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3.1%, 421.6%씩 급증했고, 코오롱건설도 1분기 영업이익(270억원)과 순이익(181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씩 급증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정보통신과 코오롱인터내셔널은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그룹 내부는 잔칫집 분위기 였다.

하지만 정작 그룹총수인 이웅렬 회장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주요계열사들이 강력한 구조조정에 힘입어 흑자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구조조정과 병행한 신사업 부문 진출과 분할, 사업 확장 등에 대한 성적은 썩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드오션' 속의 기존 주력사 정리

기존 계열사들은 지금 당장은 실적이 개선됐지만 향후 미래의 코오롱그룹을 견인할 확실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키우지 못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시름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이웅렬 회장이 그룹에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 댄 가장 큰 이유는 주력업종이 이른바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시장인 '레드오션(Red ocean)'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의 주력사업인 화섬업계는 지속적인 판매가 폭락, 원화강세에 따른 원료가 상승, 덤핑수출로 채산성이 악화되는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주력업종인 섬유·화학 업종은 중국 등 후발국가의 추격이 거센데 이들을 따돌릴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의 경우 공장가동률이 70∼80%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 회장은 몇 년 전부터 계열사 수를 줄이고 임직원 수도 감축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지속해 왔다. 이 회장이 새로운 성장기반으로 생각했던 e-비즈니스 부문의 투자는 이미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모두 매각해 버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그룹 내에 끊이지 않고 있다.

◆무리한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는 내부잡음

우선 무리한 인력감축으로 코오롱 노동조합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측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현재 440여 일째 투쟁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4월부터 진행된 10여 차례에 걸쳐 진행된 노사 양측의 협상은 평행선을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노조위원장이 이 회장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이 회장의 자택으로 뛰어들다 구속되는 헤프닝까지 일어났었다.

계열사 수를 줄이는 데도 문제가 제기 됐다. 적자에 허덕이던 계열사가 흑자 계열사들을 흡수·통합하는 애매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회장은 코오롱글로텍에다 HBC코오롱, 코오롱개발, 코오롱스포렉스, 코오롱TTA 등의 4개 계열사를 흡수시켰다.

이 과정에서 2004년 8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코오롱글로텍이 흑자계열사들을 흡수한다는 것에 문제가 제기됐다. 적자계열사가 통폐합돼 흑자계열사로 합병되는 보편적인 구조조정의 경우를 감안한다면 코오롱은 정반대로 계열사 통폐합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코오롱글로텍은 섬유중심 사업군이기 때문에 ‘돈 안되는’ 섬유산업을 정리하고 화학 및 제조, 건설, 패션을 축으로 계열사를 정비한다는 그룹방침에도 맞지 않았다.

이러한 계열사 통폐합 방식은 코오롱글로텍의 복잡한 지분구조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코오롱글로텍은 코오롱이 48.59%와 이웅렬 회장이 3.63%를 보유해 전체 지분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코오롱은 이웅렬회장이 지분 14%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룹 지배차원에서 적자기업인 코오롱글로텍을 중심으로 흑자계열사를 묶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는가라는 해석이다.

◆안풀리는 신규사업분야

신 사업 추진도 제 자리 걸음이다. 이웅렬 회장이 최태원 SK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등 뜻이 맞는 재계총수들과 함께 투자한 중고차전문업체인 오토큐브가 적자에 허덕여왔던 것.

급기야 일부총수는 지분을 정리한 상태다. 이외에도 여러 e-비즈니스 사업에 투자를 해왔지만 성적은 그리 밝지 않은 상태다.

이 회장은 이러한 쓰라린 경험 때문에 최근에는 새롭게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영역 확장에 적극 나설 태세다.

코오롱의 한 관계자는 "(이웅렬 회장이) 현재 그룹의 우선 순위는 수익성 강화와 신사업 발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잘 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M&A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새로 회사를 만들어 신사업을 키우는 것보다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코오롱그룹을 향후 첨단소재(전자소재, 자동차소재, 생활산업소재), 화학·바이오(정밀화학, 제약, 바이오 및 원료의약), 건설·서비스(건설·환경, 패션·유통, 정보통신) 등 3대 사업 부문으로 키울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우선 3대 주력 사업 위주로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웅렬 회장이 급격한 구조조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화섬 등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문을 정리해 그룹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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