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을 가다] 시멘트 분말도 테스트 중량 ‘2.8958g’ 맞추는데 5분간 씨름

입력 2014-03-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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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즈한라시멘트 옥계공장

▲김정유 기자가 시멘트 완제품의 분말도 테스트를 위해 시멘트를 저울에 옮기고 있다.
석회석을 구워내는 커다란 원통형 가마가 뜨거운 공기를 뿜어냈다. 10m 이상 떨어진 가마 아래에선 열기로 인한 하얀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거센 눈발에 시멘트 공장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패기 있게 체험을 신청했던 마음이 점차 약해졌다. 지난 17일 강원도의 폭설을 뚫고 찾아간 라파즈한라시멘트 옥계공장에 대한 첫 인상이다.

◇기자도 예외 없는 안전러닝센터 교육 = “생산직은 물론, 모든 사무직도 라파즈한라의 직원들은 안전러닝센터 교육을 필수적으로 매년 받고 있습니다. 기자님도 예외는 없어요.” 라파즈한라 안전보건팀 황현 부장이 꺼낸 첫 마디다.

첫 체험교육 과정은 ‘컨베이어 벨트’ 사고 대응이었다. 시멘트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사고는 작업자의 생명과 직결될 정도로 위험요소다. 실제 빠른 속도로 석회석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를 보니 눈앞이 아찔했다.

‘덜커덩.’ 가동 중인 컨베이어 벨트를 가느다란 ‘풀코드 스위치’로 멈춰봤다. 큰 설비가 단박에 멈추는 것을 직접 보니 신기함과 동시에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일었다. “체험이 곧 사고예방 교육이 된다”는 황 부장의 말이 귀에 꽂혔다.

이어진 교육에선 난데없이 빨간색 자물쇠가 등장해 기자를 당황케 했다. 라파즈한라의 안전문화 중 하나인 로토토(LOTOTO, LockOut TagOut TryOut) 자물쇠다. 이 자물쇠를 해당 설비에 잠가 놓으면 다른 작업자들이 보수 진행 중 전원을 키는 등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안전보건은 사람을 고치는 겁니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조직 내 안전보건 문화는 절대 성숙해질 수 없어요.” 황 부장은 안전러닝센터 교육을 하는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실제 2008년 100만시간당 평균 5.63건이었던 재해사고는 안전러닝센터 교육을 도입한 2009년(1.44건)부터 점차 줄더니 지난해엔 1.11건을 기록했다. 또 말단 사원들도 설비에 이상이 있으면 누구든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도 라파즈한라만의 안전문화다. 이에 라파즈한라는 라파즈그룹의 안전보건 ‘최우수클럽’을 5년째 유지하며, 그룹의 전 세계 1570개 사업장 중 4곳에 불과한 ‘골드’클럽에도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킬른 정기보수 투입… 아찔한 전기점검 = 시멘트공장에선 석회석을 구워 반제품인 클링커(clinker)를 만드는 가마, 일명 ‘킬른(Kiln)’이 핵심이다. 클링커에 석고와 부재료가 첨가되면 시멘트 완제품이 된다. 라파즈한라 옥계공장엔 총 4기의 킬른에서 클링커를 생산하고 있다.

기자가 투입된 곳은 한창 정기보수 중인 킬른 4호기 전기점검 현장이었다. 킬른을 작동하기 위해선 모터를 돌려야 하는데, 원활한 전기흐름은 필수다. 때문에 정기보수 중에는 전기부터 끊어야 하는 게 우선이다. “정기보수를 하기 전에 잠재 전력들을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납니다.” 지도를 맡은 전기팀 윤종호 반장이 거듭 강조했다.

작업장인 킬른 4호기 전기 쿨러실에는 수많은 ‘모터 컨트롤 캐비닛(MCC)’으로 빽빽했다.

“최우선적으로 개인 로토토 자물쇠부터 채우고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윤 반장은 시범을 보이며 자물쇠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안전러닝센터에서 배운 대로 점검을 진행할 MCC에 자물쇠를 채웠다. ‘찰칵.’ 쇳소리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면서도 전기 감전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을 채웠다. 전기를 끊은 후 잠재 전력이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 기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윤 반장의 설명대로 MCC 안에 있는 마그네틱 콘텍터(전자접촉기)에서 R·T·S(삼상) 전기선 세 가닥을 분리했다. 오랜만에 잡은 드라이버가 손에서 겉돌았다. 걱정스러운 윤 반장의 시선이 옆에서 느껴졌다.

우여곡절 끝에 R·T·S 세 가닥 전기선에 테스트기를 순서대로 대 봤다. “좀 더 힘을 줘서 강하게 접촉해야 해요.”

세 가닥의 전기선 모두 일정하게 약 32옴의 전기저항이 기록됐다. “세 가닥의 전기선에서 일정한 저항이 표시돼야 합니다. 잘 했습니다.” 한 마디 칭찬 후에 윤 반장은 곧바로 모터저항 측정도 지시했다. 똑같은 방법으로 절연상태를 점검했다. 테스트기에는 ‘OF(무한대)’가 표시됐다. 전기가 차단됐다는 의미다. 무사히 해냈다는 기분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김정유 산업부 기자(왼쪽)가 지난달 17일 라파즈한라시멘트 옥계공장에서 정기보수에 나서고 있는 근로자를 돕고 있다. 강릉=노진환 기자 myfixer@
◇‘2.8958g’을 맞춰라… 분말도 체크에 손끝이 ‘덜덜’= “시멘트는 분말도가 클수록 압축강도가 좋아지지만, 작업성은 낮아집니다. 적정한 분말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구상서 품질관리팀 차장이 전기보수를 마친 기자를 맞았다. 이번엔 완성된 시멘트 품질을 최종 테스트하는 임무다. 라파즈한라는 제품 분말도를 3600㎠/g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2.8958g을 기억하세요.” 구 차장의 입에서 복잡한 숫자가 튀어나왔다. 분말도 테스트를 해야 할 시멘트의 중량이다. 시험용 스푼으로 일일이 중량을 맞춰야 하는데 쉽지 않다. 구 차장과 품질관리팀 직원들은 기자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2.8963g, 2.8951g, 2.8961g. 손끝의 미세한 감각까지 끌어올리며 시멘트 중량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5분이 걸렸을까, 저울 눈금이 기분 좋은 숫자를 가리켰다. “2.8958g이다.” 기자의 외침에 구 차장은 “생각보다 꽤 빠르다”고 칭찬해줬다.

이후 압축한 2.8958g의 시멘트를 공기투과 장치에 투입했다. 압축한 시멘트에서 공기가 얼마나 빨리 빠져나가는지 시간을 재면, 분말도가 체크된다. 71초. 장치 앞에 붙어있는 표를 보니, 71초에 해당하는 분말도는 3876㎠/g이었다. 구 차장은 “3800㎠/g에서 ±100㎠/g까지는 우리 내부 규격에 잘 맞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기보수와 분말도 테스트까지 마치고 나와 보니 눈발이 더 거세졌다. 이번 폭설로 킬른 2기가 가동이 중단되는 등 라파즈한라 옥계공장은 산적한 일이 많았다.

원가 상승에 가격인상 억제까지 이어지면서 업계 사정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근로자들의 얼굴에서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근로자들이 줄면서 업무 과중으로 많이 힘들겠다”는 기자의 말에 유문선 대외협력팀 부장이 답했다. “사정은 힘들지만 지역주민들과 힘을 합쳐 열심히 헤쳐가야죠. 세계적 수준인 우리나라 시멘트업계인 만큼, 이 시기만 지나면 향후 빛을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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