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정치문화의 혁신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입력 2014-01-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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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해 우리의 정치는 최악이었다. 야당의원 한 사람은 작년 11월 정기국회 대정부 질의시에 현재의 꽉 막힌 정국을 거론하며 “이런 놈의 정치, 이젠 그만두고 싶다”고 외쳤다. 평소 점잖다는 평을 받는 의원이었기에 모두 깜짝 놀랐지만 순간적으로 나도 동감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야 정치권이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다 되도록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의 이슈에 매몰되어 진흙탕을 나뒹구는 당시의 상황은 진정 오늘의 한국정치에 희망은 있는가 하는 회의를 갖게 만들었다.

이제 우리의 정치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이제 세계 10위권에 이르렀고, 해외에서는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매일 실감하고 있는데, 우리의 정치문화는 20년 전에 머물러 낙후되고 뒤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날로 높아지고 있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먼저 우리 정치는 국민들의 상식을 따라가는 합리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공자는 정자정야(政者正也)라 하였다. 정치는 모름지기 올바름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매사를 올바름과 정의의 기준에서만 처리하려다 보면 융통성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때로는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고 전술도 구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최소한의 합리성은 있어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특정 목표 관철을 위해 예산과 법안을 볼모로 잡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관련 없는 법안끼리 연계시키는 일도 부적절하다. A장관을 낙마시켜야 B장관을 인준하겠다는 식의 방침을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정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더 필요하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조화를 이루고 화합할 줄 아는 것이 성숙한 사람의 태도다. 타협과 협상을 통하여 조금씩 양보하고 그 과정에서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 아닌가? 현재의 여야는 정권교체를 통해 서로 정권을 담당해 보기도 하였고, 또 야당을 해 보기도 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제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치를 할 만도 한 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야당은 대선불복은 아니라면서도 사생결단식 투쟁으로 일관했다. 여당은 검찰이 기소한 것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 주었다. 야당 지도부는 강경파에 휘둘렸고, 여당 지도부는 청와대 눈치만 보았다는 것이 국민들의 시각이었다.

우리의 정치발전과 정치문화의 혁신을 위하여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난 연말부터 비등하다. 나도 우리나라의 대통령제가 승자 독식의 결과를 필연적으로 초래하고 대부분 제왕적 대통령제로 흐르게 되는 등의 폐단이 있고, 따라서 분산형 권력구조를 택하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정치문화는 그런 것과는 별개로 혁신되어야 한다. 설령 우리가 권력구조를 내각제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우리 정당들이 서로 이전투구식 정쟁을 벌이지 않으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우리가 이런 문화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떤 권력구조로 바꾸더라도 그 제도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법의 힘을 빌려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자각에 의하여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희망의 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생결단 날듯이 싸웠지만 결국 국정원개혁특위를 만들고 국정원법 개정을 이루어 내면서 예산안까지 합의 처리했다. 외국인투자법을 둘러싸고 격렬한 대치를 하였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을 보완하는 조항을 두어 통과시킨 점도 기억할 만한 타협의 사례였다. 철도파업의 막바지이긴 하였으나 여야가 중재에 나서 파업의 종료를 앞당긴 점도 국민들로부터 점수를 받을 만한 장면이었다. 새해에는 이런 일들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정치문화의 혁신을 통하여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사회 전반을 리드하는 해가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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