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부모 폭언에 자살한 교사, 공무재해 아니다"

입력 2013-11-2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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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폭언에 자살'

매일 저녁 전화로 폭언을 퍼붓는 학부모에게 시달려 우울증에 걸린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대해 법원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김모(32)씨의 유족이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2004년 3월 교사로 임용돼 2006년 광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았던 김씨는 그 해 10월 수학 숙제를 해오지 않은 A군을 나무라며 귀밑머리를 살짝 잡아당겼다.

그 일이 화근이 돼 A군의 부모는 저녁마다 김씨에게 전화해 폭언과 막말을 퍼부었다. 담임선생이 자신의 아이를 미워한다고 생각한 A군 부모는 같은 반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 김씨에 대해 험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반 아이들이 담임선생인 김씨에게 무례하게 대하기 시작했고, 그 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김씨는 해마다 10월이 되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김씨는 2008년 10월 병원을 찾아 "학부모의 폭력적 말투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1년 전에도 비슷한 우울감을 겪었다. 학교 가는 게 너무 힘들고 모든 것이 겁난다"고 토로했다.

다른 학교로 전근도 해보고 병원 치료도 받아봤지만 10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우울증을 견디지 못한 김씨는 2011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 유족은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유족보상금을 청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이번엔 소송을 냈다.

김씨의 주치의도 재판 과정에서 "김씨가 봄이 되면 증상이 완화됐다가도 충격적이고 힘들었던 10월이 되면 우울증이 심해져 힘들어했다"는 소견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2006년 10월 학부모의 폭언과 막말, 학생들의 무례한 태도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런 스트레스가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정도라고는 볼 수 없다"며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살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생했고, 그 우울증이 자살의 동기나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공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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