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바꾼 리더십]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뚝심으로 밀어붙인 ‘한우물’

입력 2013-11-11 10:26 수정 2013-11-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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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기술·서비스 ‘혁신 경영’… 2020년 아시아 1위·세계 7위 목표

고(故) 서성환 아모레퍼시픽그룹 창립자는 동백기름을 만들어 장에 내다팔던 모친 윤독정 여사의 부엌을 화장품 회사로 변신시켰다. 부엌에서 기름을 짜던 할머니의 가내수공업은 1945년 태평양화학공업사(현 아모레퍼시픽)로 태어나 국내 1위 화장품 회사로 성장했다.

창립자의 둘째 아들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1997년 당시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아버지가 일궈낸 회사의 뼈와 살을 깎는 데 집중했다. 오직 ‘1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좌우명 ‘정진(精進)’을 경영에 접목하면서 오직 잘할 수 있는 한 우물만을 팠다.

올해 창립 68주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은 68년간 1위 자리를 지켰다. 오직 화장품 혁신만을 외친 ‘혁신 경영’ 덕분이다.

◇뼈아픈 구조조정…오직 한 우물만 팠다= “모든 일을 다 잘하려 하면 어느 한 가지도 잘할 수 없는 법이다. 세계의 위대한 기업들은 남이 하는 일을 따라 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충실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하며,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서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가내수공업에서 출발한 화장품 회사는 증권, 건설, 의류 부문까지 아우른 종합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IMF를 전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 회장은 1994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전신인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991년 태평양증권을 SK 전신인 선경에 매각하고, 한국훼라이트와 태평양금속을 합병했다. 1995년에는 돌핀스 프로야구단을 현대 유니콘스에 매각했고 전자사업 부문인 한국써보를 청산했다. 1996년 태평양패션을 거평에 매각했으며 1997년에는 여자농구단을 신세계에 팔았다.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듬해 1998년에는 전자부문 계열사인 태양잉크를 일본 다이요잉크에 매각하고, 1999년에는 금융계열사 동방상호신용금고, IT업체 태평양정보기술과 태평양시스템을 청산했다.

이에 따라 1991년 금융부터 전자·스포츠 분야까지 종횡무진 사업을 확대해 24곳에 이르던 계열사는 현재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 에뛰드, 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9개인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성장에 대해 서 회장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면서 체질을 강화한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대다수 기업이 IMF 경제위기가 닥친 뒤에야 구조조정을 시작했지만, 서 회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단행했다.

지난 2006년 6월에는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분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1990년 초부터 서 회장이 진행한 ‘선택과 집중’의 완결 과정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화장품과 생활용품, 건강제품 등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다.

◇신용이 최고의 가치… 현장경영으로 통하다= 서 회장은 선대 회장의 가르침을 받아 ‘신용’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신용은 소통을 통해 쌓는다. 소통하기 위해 서 회장은 현장과 거래처, 파트너사를 직접 찾아가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현장경영을 실천한다.

서 회장은 현장경영의 중요성을 해외로 진출하면서 깨달았다. 1991년 ‘순SOON(국내명 순정)’의 프랑스 진출을 시도하던 시절, 현지 시장과 고객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프랑스 샤르트르지방에 매입한 공장에서 생산해 약국을 통해 제품을 팔았다. 그런데 매출이 전혀 오르지 않았다. 서 회장은 직접 현지로 가 공장에 쌓인 제품을 본 후 패배를 인정, ‘현장경영’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서 회장은 “고객은 나라마다 다 다르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해당 시장과 고객에 대해 알 수 없다. 80%는 고객을 보고 15%는 경쟁자를 보고 5%는 지나온 과거를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의 마음을 알기 위해 소통해야 하고, 소통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는 게 서 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서 회장은 한 달에 3분의 1은 해외, 3분의 1은 현장으로 출근하며 현장경영을 펼치고 있다. 상하이, 뉴욕, 파리, 도쿄, 홍콩 등 아모레퍼시픽이 진출한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지역사업부도 자주 방문한다.

◇혁신의 리더십… 아시아 1위·세계 7위 노려 = 서 회장이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이듬해인 2007년 실적은 매출 1조3570억원, 영업이익 2486억원에 달했다. 2011년에는 매출 2조2934억원, 영업이익은 3699억원으로 늘었다. 괄목할 만한 실적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으며 올해 1월 1일자로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68돌을 맞은 아모레퍼시픽은 단 한 번도 국내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비결로 서 회장은 항상 ‘혁신’이란 단어를 꼽는다. 품의 혁신, 기술의 혁신, 브랜드의 혁신, 서비스의 혁신. 이 같은 혁신 경영이 오늘날 국내 1위 화장품 기업을 만들었다는 것.

서 회장의 리더십은 ‘혁신의 리더십’으로 평가받는다. 직원들에게 혁신경영을 강조하기 위해 추천한 책도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의 ‘디맨드(수요, Demand)’다. 이 책은 혁신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온 기업의 사례를 상세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의 불황도 결국 디맨드를 창출한다면 타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 회장은 지난 9월 5일 창립 68주년 기념 행사에서도 “원대한 기업(Great Global Brand Company)으로 도약하기 위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내세운 실천 전략도 혁신으로 귀결된다. △고객의 관점에서 브랜드 혁신을 통한 최상의 구매 경험 제공 △글로벌 브랜드 컴퍼니로서 해외시장 진출 가속화 △경영의 질적 혁신 필실천(必實踐) △글로벌 리더 및 인재 육성 등이다.

서 회장은 ‘혁신경영’으로 ‘2020년 비전’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비전은 2020년 아시아 1위, 세계 7위 도약이다. 매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5조원을 올려 총 1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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