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 ‘고마운 은행’에서 ‘사악한 은행’으로

입력 2013-10-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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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ㆍKDB산업은행 부장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은행은 ‘고마운 은행’이었다. 대부분의 가정은 크든 작든 보금자리 안식처였고, 가장들은 열심히 꾸준하게 일했다. 전업의 가정주부들은 절약하고 저축했다. 산업화의 초기부터 한강의 기적을 이룬 1980년대까지 은행이란 성실히 일하고 절약만 하면 언제든 서민과 중산층에게 든든한 내집 마련의 기초를 마련해 주는 기관이었다. 돈을 빌리기보다는 돈을 저축하는 곳으로서 보통사람들에게 곳간 역할을 했다. 당연히 가계저축률도 높았다. 1988년만 해도 가계저축률은 24.7%를 기록하였고 1990년대 들어서도 20% 내외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계기로 저축률은 큰 폭으로 하락한다. 1998년 21.6%이었던 가계저축률은 2001년에 4.9%, 2007년에 2.6%로 급락했으며 2011년엔 2.7%를 기록하였다.

가계저축률이 낮아지게 된 계기는 외환위기가 제공한다. 외환위기는 평범한 직장인들을 대량 실직으로 내몰았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가계소득은 급락했다. 저축은 언감생심. 그때 은행이 달콤한 미끼를 던진다. 기업금융에서 호된 경험을 한 은행들이 가계금융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허리띠 졸라매며 장기간 저축해야만 집 한 채 장만할 수 있었던 것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지렛대를 잡기만 하면 내 집을 장만할 수 있게 됐다.

갑자기 부동산 바람이 불었다. 일꾼들이 모두 투기꾼이 됐다. 불로소득은 근검절약을 무장해제 시켰다. 정부와 언론이 바람을 잡았다. 절약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며 소비가 경제성장에 중요한 동력이라고 설득했다. 신용카드가 남발됐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남은 것은 빚과 카드사용 통지서였다. 빚은 다른 빚으로 갚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집 가진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부자가 아니었다. ‘빚부자’였던 것이다. 그나마 이자율이 낮아서 겨우 버티고 있다. 이런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이른다. 빚은 갚을 능력이 있어야 빌리고 빌려주는 것이다. 소득으로 그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을 갚을 수 있어야 한다. 담보대출이란 참으로 문제가 많은 것이다. 그 담보로부터 이자와 원금의 상환재원이 나와야 하는데 주택은 동시성, 즉 동시에 오르고 동시에 내리는 성격이라 자체로 상환재원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담보인 주택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 유례가 없는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통화 팽창 정책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금리가 계속될 리 없다. 미국은 이미 양적완화 축소를 공언했다. 이는 곧 금리인상을 의미한다. 주택 상승 추세는 멈춘 지 오래됐다. 금리인상은 담보대출에 대한 상환을 재촉할 게 뻔하다. 은행들의 가계대출에 대한 채무조정을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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