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마트]나체·폭행·자살 사진 올리며 “관심 받고 싶어요”

입력 2013-10-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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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을 아시나요

폭행 사진을 올려놓고 ‘살인사건’이 났다고 거짓말하는 10대. 자신의 나체 사진을 가감 없이 올리는 여중생.

과장은 물론, 부풀리고 사실처럼 놀라게 하는 거짓말들. 관심을 끌기 위해 쏟아내는 사춘기 중학생들의 관심 끌기 욕망이 인터넷을 뒤덮고 있다.

타인의 관심을 받아야 존재감을 느끼는 이른바 ‘중2병’이 광풍처럼 번지고 있다.

‘중2병’이란 중학생들이 사춘기에 관심을 받고 싶어 돌발적으로 하는 행동을 빗댄 인터넷 용어로 일명 ‘관심병’이라 불린다.

실제 중학생들 중에는 자신의 나체 사진을 올리거나, 타인이 폭행당한 사진을 찍어 ‘살인사건’이 발생했다고 거짓 글을 쏟아내는 경우가 끊이지 않는다.

설상가상 이런 사진과 글에 아무런 죄책감 없이 댓글을 올리고, 그 댓글을 보며 만족스러워하는 네티즌들도 급증하고 있다.

중2병이란 용어처럼 중학생들만 이런 관심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을 과시하고 싶고, 타인의 관심을 받길 원하는 20, 30대는 물론 중장년층까지 이런 무차별 폭로전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카톡과 페이스북 등을 통한 인터넷과 SNS 이용층이 확대되면서 중2병 네티즌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1인 가구가 늘고, 학원과 학업, 업무로 가족 간 대화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중2병 증세에 물들고, 자신도 모르게 폭로전에 가세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2병 환자들’은 자신에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자 관심을 받기 위해 자극적 사진을 게시물에 올리고,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실어 위로 댓글을 받기도 한다.

또 최근에는 ‘일베(일간베스트)’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자살자 사진’을 올리거나 관심을 끌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복사해와 마치 본인이 겪은 일처럼 베껴 올리는 일명 ‘카피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관심받고 싶어… 자신의 친할아버지 ‘자살’ 사진 올려 = 지난달 27일, 일베 게시판에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 올랐다.

‘할아버지 인증’이라는 제목의 이 사진 속에는 머리숱이 거의 없는 노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의 모서리에는 하얀 종이로 자신의 아이디를 적어 ‘인증’했다.

소위 ‘인증사진’을 찍은 것이다. 그런데 인증사진 대상이 자신의 할아버지의 죽음이었다는 것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게시자는 “화장실에서 할아버지가 자살했다”고 밝히면서 “당황했지만, 인증부터 할 생각을 하니 난 일베 중독인가. 명복을 빌어줘!”라는 글을 남겼다.

글과 사진은 즉시 삭제됐지만 이미 이를 캡처한 사진들이 인터넷에 퍼지고 난 뒤였다.

왜 이런 끔찍한 사진을, 그것도 자신의 혈육인 친할아버지의 사진을 올린 것일까?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런 행동을 두고 “대중에게 관심받기 위한 행동”이라고 단정한다.

그간 관심받지 못한 것을 온라인상에서나마 특이한 사진이나 특별한 사진으로 관심받기 위해 거리낌 없이 이런 사진을 올려 관심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박창호 교수는 “이전에도 이러한 글들은 온라인상에 올라왔다”며 “자기를 드러내는 출발점이 인터넷이고, 자기만족과 과시욕이 합쳐진 결과”라고 말했다. 이런 ‘관심병’으로 인한 일은 온라인상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 그릇된 인터넷 문화 만드는 ‘중2병, 악성 댓글 게시자’ = 중2병이 인증 사진이나 과장된 이야기로 관심을 받길 원한다면, 악성 댓글 게시자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온라인의 불특정 다수에게 전가하는 사람들이다.

연예인, 정치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 대해 비판에 그치지 않고, 인격을 모독하거나 저주의 글을 쏟아내는 일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일들도 일종의 관심병 같지만 ‘중2병’이 자기 스스로 글을 올리고 이에 대한 만족감을 얻는 것이라면, 악성 댓글 게시자는 누군가에게 모욕이나 욕설을 퍼부어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을 말한다.

경기도 과천에 사는 김모(24)씨는 이런 악성 댓글이 이제 일상이 됐다. 취업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여자친구와 다툼이 생겼을 때 온라인 커뮤니티나 포털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달고, 이를 반박하는 사람과 언쟁을 벌이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푼다.

김씨는 “악성 댓글도 관심이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서 “연예인들이 내 글을 볼 일이 없으므로 양심의 가책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군가 달아 놓은 악성 댓글이나 비방글을 볼 때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그만 둘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박창호 교수는 “악성 댓글 게시자와 관심을 끌기 위한 네티즌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악성 댓글 게시자의 경우 자신의 행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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