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푸어공화국] 워킹푸어 “뼈빠지게 일해도 뼈저린 가난”

입력 2013-10-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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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 11%가 ‘근로빈곤층’…최근엔 청년빈곤 문제도 심각

# 허름한 아파트는 위생상태 불량으로 아이의 천식을 악화시킨다. 천식이 악화되면서 구급차를 부르는 빈도가 늘어나고 의료비 역시 늘어난다. 의료비로 아이 어머니의 신용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신용 기록도 악화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할부금 이자가 높게 책정되면 출근에 영향을 미치고 잦은 지각으로 승진 등의 제약을 받는다. 결국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K.쉬플러는 2009년 자신의 저서 ‘워킹푸어(Working Poor)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를 펴내며 이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오랜 시간 직접 취재를 하면서 빈곤의 악순환에서 허덕이는 미국의 냉혹한 현실을 날것 그대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워킹푸어란 서로 상승하는 일련의 장애들이 모여 생겨나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 가지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 나오더라도 그 밖의 많은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 동시에 나오지 않는 한 개선책은 ‘지원책’은 될 수 있을지언정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고 서술했다.

위에서 소개된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아이와 어머니 사례는 한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3월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표한 ‘근로빈곤층의 빈곤 현황과 정책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급격한 산업화로 저생산성 영세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이 증가했고 이 과정에서 특수한 숙련의 부가가치는 증가한 반면, 표준화된 업무의 상대 가치는 하락했다. 세계화에 따른 공급사슬에서 저숙련 노동자들의 가치가 급감했고 근로 빈곤이 심화된 것이다.

◇늘어난 빈곤층 굳어진 양극화

일을 하고 있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 문제가 세상에 제기되고 20년이 넘었지만 문제는 심화되는 모습이다. 일을 하고 있거나 일할 능력이 있으나 빈곤상태에 있는 계층인 근로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근로빈곤층은 2인 이상 가구 중 도시에 살면서,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할 능력을 갖췄지만 월 수입은 중위소득(우리나라 전체 가구 소득의 중간값)의 50%(월 118만원) 이하인 소득층을 말한다. 근로빈곤층의 문제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사회 전체적으로 절망과 분노 등 부정적 심리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있다.

지난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근로빈곤층 실태진단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당시 우리나라 근로빈곤층은 외환위기를 겪고 난 1999년보다 1.6% 늘어난 143만명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2인 가구 도시 근로자 중 근로빈곤층은 2011년 11.1%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5%보다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근로빈곤층은 반복빈곤가구 46%, 일시빈곤가구 42%, 장기빈곤가구 12%로 구분되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3년 신용대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며 고착화됐다. 보고서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노출된 근로빈곤층에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청년 워킹푸어 목소리를 높이다

다양한 경제위기의 고비를 넘기고 난 이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이는 워킹푸어를 확대 재생산하는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양극화에 따른 빈곤층의 소외현상이 심해지자 최저임금제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새롭게 워킹푸어로 떠오른 청년층은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사회참여 활동을 전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청년들의 근로빈곤층으로의 유입이 크게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지난 8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5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양극화와 빈곤 문제의 심화’ 보고서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 청년(18~25세)의 상대적 빈곤율은 9.9%에서 10.5%로 0.6%포인트 올랐다. 수면 위로 부상한 청년들은 ‘최저임금’ 상승과 같은 현실적 문제를 비롯해 과도한 경쟁으로 왜곡된 고용시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기존의 기관 및 단체에 편입되기보다 독자적 노선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4월과 8월 각각 정식 노동조합으로 인가받은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 등 단체들은 상반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적극적인 주장을 펼쳐왔다.

반면 지난해 12월 한국고용정보원 이시균 박사가 발표한 ‘근로빈곤과 최저임금’ 연구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의 수혜자들이 기간이 경과하면 할수록 비수혜자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로빈곤 탈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보고서를 보면 2005년 근로빈곤층 중 최저임금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의 근로빈곤 5년 후 탈출률은 6% 상승한 반면, 최저임금 혜택을 보는 이들은 같은 기간 8.1%나 올랐다.

하지만 재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제도가 빈곤정책으로 효과가 낮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사용자의 고용의지를 꺾어 일자리 감소를 유발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최저임금을 받는 10대 청소년이나 여성 등은 주 소득원이 아니어서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빈곤탈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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