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포스트 버냉키, 시장과 소통이 잣대- 민태성 국제경제부장

입력 2013-08-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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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경고는 있었다.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다. 미국에서 금융위기 사태가 터지기 2~3년 전부터 전문가들과 언론은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집값은 이미 한껏 올랐지만 막차가 아니기를 바라는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집을 사들였다. 모기지업체들은 부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았지만 대출을 줄이기는커녕 저금리라는 미끼로 고객을 유혹하기에 바빴다. 결국 거품은 터졌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탐욕이 문제였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데 어찌 욕심을 버리는 것이 쉬울까. 중앙은행장을 비롯한 정책당국자들이 시장의 탐욕을 억제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고는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빵점’이다. 금융위기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재임 당시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록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그였다. 그는 도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7년 연준 의장을 맡아 2006년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린스펀은 신경제 예찬론자였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이 글로벌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초저금리 시대가 가능했다는 것이 그린스펀의 입장이었다.

그는 1990년대 증시 과열에 대해 ‘비이성적인 활황’이라는 유명한 말로 시장을 진정시키기는 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하지는 못했다. 그린스펀 자신도 금융위기 관련 청문회에서 실수를 인정했다.

물론 초저금리 정책만이 부동산 거품을 키운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찌 됐든 중앙은행의 본분은 물가안정 아닌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니 그린스펀은 중앙은행장으로서 책임은 다한 것일 수도 있다. 금융위기는 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과 시장의 탐욕이 만난 결과물이기도 하다.

서브프라임 사태만 아니었다면 그는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끈 가장 훌륭한 연준 의장으로 남았을 수도 있다.

소통으로 화제를 돌려보면 그린스펀은 여전히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는 언제나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항상 애매모호했다. 월가 금융기관들이 그린스펀의 발언을 해석하는 전담팀을 따로 둘 정도엿다.

다우존스뉴스와이어를 비롯해 언론들은 ‘Fed 워치’라는 코너를 통해 시장에 그린스펀의 ‘뜻’을 해석해 전하기도 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그린스펀과 정반대다. 그는 직설화법을 즐긴다. 시장과의 소통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의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소통 의지는 100년 만에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장에 나서는 결과로 이어졌다.

버냉키의 문제는 소통의 문을 지나치게 활짝 열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양적완화를 줄일 수 있다는 발언은 글로벌 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이후가 더 문제였다. 연준의 매파와 비둘기파 인사들은 공개석상에서 잇따라 양적완화의 효용성과 출구전략을 놓고 다른 말들을 꺼냈다. 시장의 불안은 당연히 더욱 커졌다.

내년 연준 의장이 바뀐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쟈넷 옐런 연준 부의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이들은 벌써 통화정책과 서로의 인물됨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정책만 놓고 본다면 옐런 부의장이 버냉키와 같은 방향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교체 이후 시장의 불안이 덜 할 수도 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 정상화를 위한 최적의 인물은 서머스 전 장관이라는 말도 나온다.

두 사람 중에 누가 시장과 원활히 소통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당장 의장의 기자회견을 지속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차기 연준 의장이 누가 되든 시장과의 소통 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전망이다. 무엇이든 중도가 가장 어렵다는데. 전 세계가 ‘포스트 버냉키’ 시대를 결정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부디 지나친 소통과 불통이 아닌, 정책과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사려’ 깊은 인물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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