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패자에게 더 큰 박수를

입력 2013-07-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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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야 와타루 일본 산교타임즈 대표이사 사장

나는 복싱을 매우 좋아한다. 1초마다 내지르는 펀치의 움직임, 방어하는 몸의 휘어짐, 흩날리는 땀방울 등 모든 것이 나의 감성을 자극한다. 사각의 정글 안에서 펼쳐지는 복싱은 가령 최강의 왕자라 할지라도 단 한 방의 펀치로 세상을 바꾸는 스릴이 있다. 관전하는 사람들은 맥주에 풋콩, 닭꼬치를 뜯으며 편안하게 TV를 보지만 싸우는 복서들은 생명을 걸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다.

유난히 복싱을 좋아하는 나는 멋진 펀치를 날리고 승리의 환호를 지르는 선수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얼굴을 찡그리며 조용히, 혹은 빠르게 쓰러지는 패자의 모습에 집중한다.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졌는지의 과정 그 자체에 흥미가 있다. 녹다운됐을 때 왕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 녹다운시키면 도전자는 세상을 정복했다는 의미에서 왕관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여자 마라톤 대회에서도 우승자를 보지 않는다. 얼굴을 심하게 찡그리면서 골인지점으로 향하는 패배한 주자를 본다. 그것이 아름답다.

필자가 반도체 전문기자가 된 1977년 당시, 반도체 시장의 세계 챔피언은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였다. 석유 탐사 기계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이 회사는 반도체 부문에 진출해 순식간에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 내 기억으로 1980년대 초까지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15년 연속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당시 업계 출입기자들과 술자리에서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강점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한 기자가 술을 들이키며 이렇게 말했다. “세계 최강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쓰러지는 날은 오지 않는다. 기술과 양산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부동의 세계 1위다. 당분간 이 기업을 이길 반도체 업체의 등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자 일본 기업들이 급속히 두각을 나타냈다. 한때 미국 모토로라가 텍사스인스트루먼트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등극했지만 1985년부터 1990년까지 6년간은 일본의 NEC가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이 무렵 일본 기업들의 기세는 대단했다. 어느 대기업 임원은 “미국에서 배울 건 이제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도 누르고 눌러서 계속 이기는 것뿐이다”고 호언장담했다. 1980년대 후반 일본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어 정점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과 대조적으로 일본 경제는 심각한 버블 경제의 한복판에 있었다. 나의 지인이자 종합상사의 부장은 당시 이렇게 단언했다. “두고 봐라. 미국 맨해튼 중심가 빌딩은 모조리 일본이 사들일 거다. 돈으로 안 될 게 뭐가 있겠어.”

일본의 고전문학인 헤이케모노가타리(平家物語)에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교만한 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2000년대 들어서부터 시작된 일본의 경기 침체는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작금의 일본 전자산업은 추락일로를 걷고 있다. 자만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세계 반도체 시장을 보면 미국의 인텔이 21년 연속 세계 1위 자리에 있으며 15.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10.1%의 점유율로 이를 맹추격하고 있다. 올해 인텔은 2.4% 마이너스 성장, 삼성은 6.7% 플러스 성장을 보여줬다. 삼성의 대형 설비 투자는 계속돼, 부동의 1위인 인텔을 따라잡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해 일본의 도시바는 세계 5위로 13.6%의 마이너스 성장, 6위 르네사스는 11.4%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한때 세계를 석권한 일본 반도체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이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일본에는 “패자에게야말로 더 큰 박수를 보낸다”는 문화가 있다. 승리의 영예를 안은 사람에게 굳이 박수까지 보낼 필요는 없다는 것. 예컨대 일본에 여름이 왔음을 나타내는 대표적 상징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관객들은 진 팀에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패자의 미학이라는 일본 문화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추락하고 있는 일본 반도체 업계에 조용히 “힘내라!”라며 힘찬 박수를 보내는 일본 국민들의 모습은 확실히 존재한다.

다음은 이즈미야 와타루 사장의 특별기고 원문이다.

「敗者にこそ多くの拍手がいるのだ」という日本文化

  ~80年代の半導体の王者ニッポンはおごり高ぶり、凋落していった

ボクシングは大好きなスポーツである。1秒ごとに繰り出されるパンチの動き、防御する体のしなり、飛び散る汗、なにをとっても筆者の感性を刺激してくれるのだ。四角いジャングルの中で繰り広げられるボクシングは、たとえ最強の王者であってもたった1発のパンチで世界が変わってしまう、というスリルをいつもはらんでいる。観戦するこちら側は、ビールに枝豆、焼き鳥というお気楽さでテレビを見ているのだが、戦うボクサーたちはまさに命を賭けてやっているのだ。

非常にゆがんだボクシングファンである筆者は、みごとなパンチが当たって勝利の雄叫びを上げるボクサーをほとんど見ていない。それよりは、顔面をゆがめて静かに、または急速に倒れ落ちる敗者の姿に打たれるのだ。いやむしろ、どのように戦い、どのように負けたのかというプロセスそのものに興味がある。ノックダウンされたときに、王者はすべてを失う。ノックダウンさせれば、挑戦者は世界の頂点という王冠を手に入れることができる。ちなみに筆者は女子マラソンにおいても優勝したランナーを見ていない。激しく顔をゆがめながらゴールに向かってくる負けた女子ランナーを見ている。これが美しい。

さて、筆者が半導体の記者となった年である1977年当時の半導体の世界チャンピオンは、米国のテキサス・インスツルメンツであった。石油探索機械でボロもうけしたこの会社は、半導体部門に進出し、またたく間に世界トップに登りつめた。筆者の記憶では、80年代初めまでの間にテキサス・インスツルメンツは15年連続で世界チャンピオンの座にあったのだ。そのころ、業界紙仲間とよく酒を飲みながらテキサス・インスツルメンツの強さについて議論をしていた。ある記者は強い酒をあおりながらこうコメントしていた。

「世界最強のテキサス・インスツルメンツが倒れる日は来ない。技術においても、量産においてもずば抜けている。これぞ不動の世界チャンピオンだ。当面このカンパニーを破る半導体メーカーはほとんど想像できない。」

ところが、である。80年代半ばになると日本勢が急速に頭角を現してくる。一時的に米国のモトローラがテキサス・インスツルメンツを破って世界チャンピオンの座につくが、1985年から90年までの6年間は日本のNECが世界チャンピオンに君臨するのだ。

このころの日本勢の鼻息の荒さはすごかった。ある大手のカンパニーの役員などは「アメリカに学ぶものなどはもう何もない。これからも勝って勝って勝ちまくるのみだ。」と豪語していた。80年代後半は、日本勢の半導体のシェアが50%を越え、世界の頂点に立っていたが、それとクロスオーバーするように日本経済も超バブルの真っ只中にあった。筆者の知人である総合商社の部長は当時こう言い放っていた。

「まあ見ていろ。米国マンハッタンのメーンストリートのビルはすべて日本が買い占めてやる。札束でビンタして手に入らないものはない。」

日本の古典文学である平家物語には有名な一節がある。それは「おごれるものは久しからず」という言葉だ。2000年代に入ってからの日本の後退ぶりはまさに眼を覆うばかりであり、昨今の日本電機産業は凋落の一途をたどっている。おごり高ぶりのつけが回ってきたのだ。

2012年における世界半導体ランキングをみれば、米国のインテルが21年連続の世界チャンピオンの座にあり、世界シェア15.7%を保有している。これを激しく追いかけているのが韓国サムスンであり、世界シェア10.1%を握っている。この年はインテルが2.4%のマイナス成長であったが、サムスンは6.7%のプラス成長であった。サムスンの大型設備投資は続行されており、不動のチャンピオンであるインテルを破る日が近づいているのかもしれない。

これに対し、日本勢では東芝が世界5位で13.6%のマイナス成長、ルネサスが6位で11.4%のマイナス成長となっている。かつて世界を席巻したニッポン半導体の雄雄しき姿は、もうどこにもないのだ。

しかしながら、日本文化の特徴として、「敗者にこそ多くの拍手を送る」という風潮がある。勝利という栄光を収めたものには拍手はいらない、という考え方もある。たとえば、夏の風物詩である全国高校野球選手権大会においては、間違いなく観客たちは負けた方のチームに万雷の拍手を送るのだ。敗者の美学という日本のカルチャーは、なかなか外国人には理解されないかもしれない。しかしながら、落日の光景を迎えた日本の半導体メーカーに対し陰ながら「ガンバレ!!」と多くの拍手を送っている日本国民の姿は確実にあるの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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