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숙명의 라이벌 막전막후]올라설 기회 못찾는 ‘HP’…내리막길 기회삼은 ‘IBM’

입력 2013-05-0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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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HP, 회생 가능할까?

휴렛팩커드(HP)를 둘러싼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경쟁업체 IBM을 추격하고 있지만 PC산업의 불황으로 향후 전망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HP가 지난 2006년 IBM의 매출을 뛰어 넘었지만 매출만이 성공을 가늠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HP는 지난 1938년 차고에서 출발해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모태로 불렸으나 모바일산업의 선두경쟁에서 밀리면서 2013 회계 1분기에는 매출 감소라는 굴욕을 맛봤다.

HP의 2013 회계 1분기 매출은 28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6%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12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총이익률 역시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등 HP의 주요 5개 비즈니스 분야의 매출도 감소했다.

HP의 주수익원인 PC산업은 하향의 길을 걷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1분기 랩톱과 데스크톱 컴퓨터의 글로벌 출하가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는 4개 분기 연속 줄어든 것으로 지난 1994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HP의 주요 매출원인 PC산업이 부진할 뿐만 아니라 모바일산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HP는 지난 1962년 포춘500대 기업에 등장한 이후 계속해서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10위에 선정됐다. 같은 해에는 사상 최대 PC업체에 오르기도 했다.

HP는 그러나 창업주의 독특한 경영 방식을 이어가지 못하고 인수합병(M&A)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HP의 공동 창업자 데이비드 팩커드와 빌 휴렛은 ‘HP웨이’라고 알려진 독특한 기업문화를 정립했다. 팩커드는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휴렛은 연구·개발(R&D)을 주도했다.

HP는 지난 1999년 전자부품 전문업체 에이질런트테크놀로지(Agilent Technologies)를 분사하고 2002년에는 컴팩과 합병했다. 주요 사업인 솔루션을 버리고 PC사업에 주력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2008년에는 IT서비스업체 EDS를 인수했다. HP의 총 매출은 1184억 달러로 2009년 포춘500대 기업에서 9위에 선정됐지만 시너지와 매출 증대 효과는 제한됐다.

2010년에는 네트워크 장비업체 3콤을 인수해 시스코와의 정면 대결을 선언했고 스마트폰 제조업체(OS) 팜(Palm)을 인수했다.

HP는 2011년 소프트웨어업체 오토노미를 인수했으나 부정회계로 인수 대금 88억 달러를 상각 처리했다. 미국과 영국 규제당국은 HP의 부정 회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구·개발(R&D) 부문의 투자가 줄어든 것이 HP의 혁신을 무너뜨렸다는 평가다.

HP는 마크 허드 HP 전 최고경영자(CEO)의 지휘 아래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전체 매출 대비 지속적으로 줄며 지난 2009년에는 2.4%에 그쳤다. 총 규모는 27억7000만 달러로 경쟁업체 IBM의 절반에 불과했다.

◇변신성공 IBM,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경쟁력을 잃어가던 ‘거대공룡’IBM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며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IBM은 지난 1분기 30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경쟁업체인 휴렛팩커드(HP)의 순익 12억달러에 비해 여전히 건재함을 보였다.

1911년 H. 홀레리스가 설립한 IBM은 1914년 토마스 왓슨을 사장으로 영입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총수입의 10%를 개발·연구(R&D) 부문에 아낌없이 투자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이 덕분에 IBM이 보유한 미국 특허는 약 7만5000건이 넘고 직원 중 노벨상 수상자가 5명에 이른다. 상업용 전자계산기나 하드 디스크·플로피 디스크·온라인 뱅킹·전자상거래의 시초가 된 항공 예약 시스템·바코드·RFID·GPS 등이 모두 IBM에서 나온 기술이다. 1981년에는 IBM PC를 출시해 세계 컴퓨터 업계를 선도했다.

IBM의 기술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비대해진 IBM은 급변하는 IT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1990년대 초반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1993년 루이스 거스너가 최고경영자(CEO)가 된 이후 주력 사업군을 제품 생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했다. 2002년 CEO로 부임한 새뮤얼 팔미사노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IT 컨설팅으로 주력사업을 변경했다. 그는 같은 해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컨설팅 사업부를 35억 달러에 인수했다.

IBM은 여세를 몰아 2004년에는 IBM의 핵심 사업부였지만 점차 수익성이 떨어졌던 PC사업을 중국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에 매각했다. 같은 해 HP가 경쟁업체 컴팩을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업계에서 ‘자리 굳히기’에 나선 것과 대조적인 행보였다.

IBM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PwC 컨설팅 사업을 인수하면서 IBM은 정보·기술(IT) 서비스는 물론 경영 컨설팅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침체기를 오히려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았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주력사업을 변경한 IBM의 ‘용감한’ 도전은 미래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IT 업계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고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이윤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모바일의 발달로 IBM이 컨설팅사업을 벌일 수 있는 영역이 더 많아졌다고 포춘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 4월 발표한 IBM의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5.1%, 1% 줄어들었다. 포춘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도 부진한 모습이다. 2003년 8위를 끝으로 IBM은 2004년 이후 10위권과 20위권 사이로 하락하더니 급기야 2012년에는 57위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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