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서민 죽이는 독버섯을 뽑아라

입력 2013-03-0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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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법사채 피해상담 46% 증가… 정부, 지하경제 양지로 끌어낼까

# 2011년 사금융 피해신고는 불법채권추심 2174건, 대출사기 2356건, 불법 고금리 1001건이다. 전체 신고 수가 2009년보다 1만9421건 증가한 2만5535건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당국은 5년만에 사금융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상담 전화는 3134건으로 2011년 2147건에 비해 46% 증가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10콜센터 민원상담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대출사기가 2557건으로 전체 81.5%를 차지했고, 불법채권추심 11.2%, 이자율 제한 위반 4.6% 등이었다.

돈 없는 서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사금융이 독버섯 처럼 확산되고 있다. 1000%에 달하는 초고금리를 적용해 고수익을 챙기면서 세금 한푼 안내는 경제의 주적(主敵)을 박근혜 정부가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8년 4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자와 사채업자 등을 통해 공급되는 금융지원 규모는 16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만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감독당국과 업계는 파악되지 않은 대부업체까지 감안하면 불법 사금융시장 규모가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외면받은 서민들에게 불법 사금융시장은 급전을 구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다. 하지만 높은 금리와 불법·부당 추심행위는 사금융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된다. 사채업자들은 100만원을 빌려주고 72만원을 연 평균 이자로 챙길 만큼 폭리를 취해 왔다.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막기에도 급급한 채무자들이 자살 등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생겨날 만큼 사금융의 불법채권추심 역시 악명이 높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금융 관련 피해신고에서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하는 것은 불법채권추심이다.

문제는 사금융 이용자의 절대 다수가 한계상황에 내몰린 저소득·저신용자라는데 있다. 실제 사금융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은 다중채무자다.

최근 신용카드 발급기준 강화와 금융서비스 규제 등으로 제도 금융권의 문턱이 높아지자 서민들과 저신용자들이 다시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금융 약자에 대한 사금융업체들의 영업방식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이처럼 사금융시장이 다시 급팽창하는 것은 등록 대부업계의 대출금리 규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가 대출금리를 38.8%에서 20%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부업계가 금리상한선을 낮추고 있다.

문제는 대부업체가 금리를 낮추면서 대출심사가 엄격해지고, 이에 따라 저신용자들의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내모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부업체 이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신용도 7~10등급에 해당하는 저신용자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상한금리 규제로 불법사금융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정치권에서는 연 39%에 달하는 현행 금리 수준이 높아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대부업 상한금리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음지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는 사금융시장을 양성화하려는 감독당국의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서민들의 사금융 이용실태 조사에 나섰다.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장기적 불황으로 서민금융에 애로가 커지고 불법 사금융 피해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4월 18일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가 설립된 이후 지난 1월 말까지 약 10만건의 상담·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이번 조사는 세수 확보를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와 서민금융 지원 등 새정부의 핵심정책 추진을 위한 기초 통계자료 확보 목적도 담고 있다.

감독당국은 이번 조사에서 사금융 시장규모, 이용자 수, 평균 이자율, 대출형태 등 사금융 시장 현황과 사금융 이용계기, 상환의지, 상환능력, 연체경험, 애로사항 등 이용자 특성 전반을 알아볼 예정이다. 그동안 누적돼 온 사금융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부재를 인정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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