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상, 그 불편한 진실]올 대종상 계기… 공정성 다시 ‘도마위’

입력 2012-12-07 09:58 수정 2012-12-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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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관왕 독식‘광해’… 홀대받은‘피에타’

#1.10월 30일 서울 여의도 KBS홀, 49회 대종상 시상식이 열렸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23개 부문 중 15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감독상은 고사하고 심사위원특별상과 여우주연상 2개 수상에 그쳤다.

#2.11월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3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고 ‘범죄와의 전쟁’의 최민식과 ‘내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이 남녀 주연상을 받았다. 감독상은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에게 주어졌다. ‘범죄와의 전쟁’과 ‘은교’가 각각 3개 부문의 상을 받아 최다 수상을 했다.

한 달 사이로 열린 두 영화상에 대한 대중과 전문가의 평가와 반응은 극과 극이다. 대종상에 대해서는 “대종상은 CJ를 위한 시상식인가”에서부터 “이 상은 공정성을 상실해 더 이상 상으로서 가치가 없다”에 이르기까지 비난 일색이었다. 청룡상에 대해서는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진 공정한 상”“그동안 문제가 있었던 청룡상인데 올해는 어느 영화상보다 영화를 제대로 평가한 공정한 시상으로 상의 권위를 세웠다”고 찬사 일변도 였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영화, 방송, 음악 등 대중문화 관련 시상식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시상식이 속속 열리면서 비판과 찬사가 엇갈리고, 그리고 문제 있는 심사와 수상으로 얼룩진 시상식에 대해서는 무용론과 폐지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또한 시청자의 높은 관심 속에 열리지만 항상 대상마저 공동수상을 남발하는 등 상의 권위가 바닥으로 추락한 방송사의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커지고 있다.

대중문화상은 매우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한다. 흥행으로 대변되는 상업성으로만 치닫는 대중문화의 문제와 부작용을 완화시키며 문화작품의 완성도나 문화적 의미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대중문화의 질적 발전을 꾀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계는 스타파워와 인기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오로지 연기력과 가창력만으로 실력과 가치를 인정하는 것도 대중문화상의 중요한 바로미터다. 이밖에 대중문화상은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음악 등 문화상품과 연예인의 품질과 실력을 인증(reputation)해주는 기능을 한다. 대중문화 수용자로 하여금 올바른 선택의 기준을 제공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대중문화상은 홍보 마케팅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관객동원력, 시청률, 판매량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효과도 크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피에타’가 9월 8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영화제 시상식에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직후 관객이 크게 증가한 것은 단적인 예이다.‘피에타’는 9월 9일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예매율이 2위까지 상승했다. 전일대비 관객수가 60% 상승(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했으며 와이드 개봉작 중 좌석점유율 또한 1위(9일 42.6%기록)를 기록하는 등 황금사자상 수상 효과를 톡톡히 봤다. 미국 영화학자 홀 브르크 연구에 따르면 1975년부터 1984년까지 아카데미 영화상 부문별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남, 여주연상은 830만달러(93억원), 작품상은 2700만달러(338억원)의 흥행 상승 효과가 있었다. 또한 미국 버라이어티지 분석에 따르면 85년부터 95년까지 10년간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영화는 수상직후 1주일간 수상전보다 관객이 평균 24% 늘었다.

그리고 대중문화상은 스타나 연예인의 출연료와 수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중문화상을 수상하면 연예인의 출연료가 상승할 뿐만 아니라 CF도 쇄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대중문화상들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권위 없는 대중문화 관련 상들이 너무 많아 상의 희소성과 존재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이 알만한 MBC, SBS 등 방송사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대종상 등의 수상자 선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공동수상 남발, 나눠 먹기식 수상, 연기력이나 가창력보다는 시청률과 인기를 고려한 수상작과 수상자 선정에 특정 연예기획사의 입김까지 작용하고 있다. 자사 공헌도(방송 출연횟수) 만을 고려한 선정, 젊은 신세대 스타들을 자사 방송에 출연시키기 위한 수단 활용, 선심성 시상 신설, 전혀 의미 없는 부문 시상 신설 등으로 권위와 공정성은 이미 상실한지 오래다.

이 때문에 방송사 연기대상 등 일부 대중문화상은 전문가나 대중에게 “쓰레기 같은 상”이라고 비난을 받을 뿐만 아니라 상을 받는 연예인들 마저도 수상을 기뻐하기는 커녕 씁쓸한 기분을 드러내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대중문화상이 긍정적인 역할과 순기능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상업성의 폐해, 인기스타 독식구조, 실력 없는 연예인의 양산 등 폐해만을 더욱 심화시키는 병폐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제 대중문화상은 공정성과 권위를 되찾아 본래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상을 받는 사람이나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모두 인정할 수 있도록 대중문화상 주최자, 연예인과 대중문화 종사자, 그리고 팬과 수용자 모두가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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