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권오용 SK그룹 비상임고문 "新 ‘4자성어’로 본 골프경영"

입력 2012-10-16 08:35 수정 2012-10-1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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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SK그룹 비상임고문
지난 주말 친구들과 라운딩을 했다. 골프에 최적인 시기가 가을인 9월11일에서 10월26일이라고 했던가. 더할 나위 없는 날씨에 스코어도 꽤 좋았다. 골프를 하다 보면 외국에는 없는 재미난 이야기거리를 많이 듣는다. 얼마전 브리티시오픈 프로암에 다녀온 한 지인이 같이 라운딩한 영국의 프로선수에게 ‘OB’가 무엇의 약자인지 아냐고 물었단다. ‘Out of Bounds’가 아니냐며 의아한 표정을 짓기에 ‘Oh! Beautiful’의 줄임말이라고 해 모두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은 우리도 크게 웃었다.

최근 ‘일이삼사오’라는 신 골프 4자성어가 나왔다고 한다. 물론 엉터리다. 그러나 재미있다. 그리고 그냥 재미로 듣고 넘기기 보다는 그 속에 그럴 듯한 경영참고점도 나온다.

‘1’은 ‘일치월장’, 한번 어프로치를 잘하면 장타보다 낫다는 뜻이다. ‘드라이버는 쇼, 어프로치는 돈’이라는 골프격언이 있다. 이걸 그대로 반영한 게 ‘일치월장’이다. 경영에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마무리를 잘하라는 뜻일 거다. 아무리 시작이 좋아도 끝이 좋지 않으면 어떤 구상도 마무리 될 수 없다. 창대한 끝은 뛰어난 마무리로 완성된다.

‘2’는 ‘이구동성’. 멀리건을 받아 다시 두번째 공을 쳐도 같은 성질이 나온다는 해석이다. 우리는 종종 라운딩 도중 멀리건을 주고 받는다. 줄 때는 아깝지만 받으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두번째 공을 잘 치면 다행이지만 같은 곳으로 날아가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많다. 새 공인 경우는 특히 아깝다. 경영에 이걸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과욕은 금물’이다. 멀리건을 받으면 침착해야 한다. 스윙을 바꿔야 샷이 바뀌는데 성질이 급해 그냥 친다. 급할 때 일수록 한번 더 마음을 잡고 침착하게 위기를 넘겨야 한다. 두번째 마저 실수하면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는다.

‘3’은 ‘삼고초려’. 세 명이 고수면 초짜는 걱정이 된다는 뜻이다. 초보자를 데려가 바가지를 씌우려는 동반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내 타수도 세기 어려운 데 고수 세 명의 게임을 들여다 보노라면 부러움을 넘어 무서움까지도 생기는 게 초보자의 생리다. 진행까지 더뎌지면 내 탓이 아닌가 또 걱정이 된다. 이런 초보자의 어려움을 동반한 선수들은 십분이해해 주어야 한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부드럽게 자신만의 스윙을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CSR)이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지속적 성장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됐다. 동반한 초보자의 어려움을 내 것으로 아는 경영자는 나눔과 상생이 무엇인지 아는 경영자다. 지속적 성장은 그들의 것이 된다.

‘4’는 ‘사고무친’. 네 명이 고수면 친구가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경쟁은 치열하다. 누가 누구를 봐줄 수도 없고, 봐준다고 이긴다는 법도 없다. 4각의 링에서 펼쳐지는 경영대결은 정글이나 다름없다. 이기면 강자고, 지면 약자다. 강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법. 그래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경영자의 스트레스는 더 커져만 간다.

‘5’는 ‘오비이락’. 오비를 내면 두 명이 즐거워한다는 해석이다. 물론 라스베거스를 할 때의 얘기다. 내 편은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너지면 경쟁자는 웃는다. 물론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겉으로 뿐인 경우가 많다. 언론에 경쟁사를 소위 말해 조지는 기사가 실리면 반색을 한다. 물론 언론사가 너무 한 게 아니냐고 적당히 위로 겸 공감어린 탐색전을 벌인다. 그러나 그 기사를 들고가 마치 자신의 전과인 양 위에는 신나게 보고를 한다. 세상은 이렇다. 내가 잘못하면 무엇보다 내 식구가 한숨을 쉰다. 그러나 산과 골이 같이 갈 수는 없는 법,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지금도 내 실수를 기다리는 경쟁자는 도처에 있다.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 경영현장이다.

요즘 골프장에서 유행하는 ‘일이삼사오’의 골프 4자성어를 경영에 빗대어 보았다. 그러고 보면 골프도 업무의 연장이고, 경영의 현장이 된다. 너무 딱딱해지기 쉽다. 이럴 때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베푸는 버디’가 이때는 제격이다. 보통 버디를 하면 조금씩 받는다. 소위 버디 축하금이다. 그러나 웃으며 줘도 속쓰려하지 않을 골퍼가 어디 있겠는가. 이때 ‘베푸는 버디’가 위력을 발휘한다. 버디를 하면 하나씩 나눠준다. 베푸는 것이다. 모두가 깜짝 놀란다. ‘약탈적’ 버디에서 ‘시혜적’ 버디로 버디의 본질을 바꿨다고 설명해 준다. 그리고 다음에 버디하면 또 주겠다고 얘기한다. 그러다 다음에 찬스가 오면 동반자들은 버디를 기도해 준다. 미움이 사랑으로 바뀐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다. 나는 스코어가 좋고, 동반자들은 벌어서 좋다. 관점이 바뀌니 모두가 즐겁다. 세상은 이렇게 진화한다. 우리가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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