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싸이와 ‘피에타’, 외국에선 달리 본다"

입력 2012-10-10 11:32 수정 2012-10-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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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후렴구는 처음 미국인들에게는 ‘오픈 콘돔 스타일’로 들렸다고 한다. 물론 인기를 얻고 나서 싸이가 친절하게 그 의미를 제대로 설명해주었다고 하니 지금도 그렇게 들릴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에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소통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우리에게도 팝송이란 그 가사의 의미 때문에 듣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음률과 음향의 절묘한 조화가 만들어내는 ‘알 수 없는 황홀감’ 때문에 듣는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게다. 그렇게 먼저 소리가 들어온 후, 우리는 그 가사의 내용을 비로소 들여다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싸이는 이름을 스스로 그렇게 붙인 것에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국내에서는 ‘싸이코’ 같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어딘지 별종이고, 외모와 몸에 어울리지 않은 춤을 추며, 노래를 아주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선동적인 힘을 가진 그런 가수다. 하지만 그가 ‘강남스타일’을 통해 미국에 비춰진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그는 ‘쿨 가이’로 불린다.

이것은 아마도 대중문화와 연예인을 바라보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 때문일 게다. 미국에서는 대중들을 웃고 즐겁게 만드는 엔터테이너를 심지어 아티스트로 바라본다. 물론 국내에서도 그 시각이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엔터테이너를 속칭 딴따라로 비하해 보는 시각은 여전히 남아있다.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춤을 추고 또 토크쇼 같은 데 나와서는 관객들을 빵빵 터트리게 하는 그 끼는 싸이를 대단히 쿨한 존재로 인식시켰다.

이런 문화적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바로 이번 김기덕 감독으로 하여금 황금사자상을 거머쥐게 한 ‘피에타’다. 베니스에서의 열광적인 환호 덕분에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 영화는 여전히 국내 관객들에게는 김기덕 감독 특유의 불편함과 잔혹함으로 읽히는 경우가 많다. 왜 한쪽에서는 열광적으로 박수 받는데, 우리에게는 불편한 영화로만 보이게 될까.

여기에는 ‘피에타’를 보는 서구의 시각과 우리의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즉 기독교적 전통 속에서 서구가 바라보는 ‘피에타’란 심지어 종교적으로 느껴지는 죄와 구원의 이야기다. 자식을 잃은 상실감에 모성을 통해 복수를 하는 조민수는 성모의 재해석이고, 극중 인물들이 쏟아내는 “불에 타 죽을 것이다”라는 저주는 묵시록의 예언을 연상시킨다. 도시를 피로 선 그어버리는 인상적이면서도 끔찍한 엔딩 신은 피로 씻어내는 중세적인 종교적 구원을 떠올리게 한다. ‘피에타’는 이처럼 서구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저들의 이야기로 변용되어 수용된다.

김기덕 감독은 이 작품을 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은 작품이라고 스스로 밝혔지만 그것은 우리의 시각이 더 많이 들어간 해석이다. 청계천이라는 점점 자본의 논리에 의해 사라져가는 공간과 그 속에서 손이 잘려나가는 노동자의 이야기는 자본주의 이면의 끔찍한 실체를 우리의 눈앞에 들이미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원거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작금의 양극화라는 그림을 근거리에 포착함으로써 드러낸다. 우리들은 아마도 이 보기 불편한 진실을 ‘피에타’를 통해 보았을 것이다.

미디어 환경에 의해 점점 지구촌화되면서 문화는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 교류되고 소통된다. 하지만 그 과정을 보면 제대로 된 의미에서의 소통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시각에 의해 해석된 소통인 경우가 많다. 즉 이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실제 뜻과 내용과 상관없이 저들에 의해 마음대로 오해되고 곡해되고 때로는 재해석되는 그 과정은 어쩌면 소통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소통의 과정을 이해한다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같은 작품을 기획을 통해 만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문화는 기획되는 게 아니라 거의 우연에 가깝게 창발(創發)된다. 그만큼 아티스트의 개성과 역량이 절대적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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