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순의 여행이야기]생애 꼭 한번 가봐야 할 곳, 캄보디아

입력 2012-10-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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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행복지수 5위 '캄보디아'…"그래도 그들은 행복하다"

캄보디아 여행 초반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단언했다. 집어삼킬 듯한 더위, 득실대는 모기, 정비되지 않은 도로, 덜컹대는 버스, 그리고 흙먼지 날리는 길 위에서 ‘원 달러‘를 구걸하는 맨발의 아이들… 열악한 환경에 몸은 고됐고 마음은 비할 바 없이 불편해졌다. 여행이 사서 고생하는 행위이긴 하지만 캄보디아에서의 심적인 부담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무엇보다 그곳 아이들을 마주하기가 괴로웠다.

캄보디아 아이들은 학교에 있어야 마땅할 시간에 맨발로 거리에 나와 있었다. 그들은 길목마다 진을 치고 있다 관광객이 나타나면 다짜고짜 손을 벌리거나 싸구려 기념품을 들이밀며 ‘원 달러’를 외쳤다. 끈질기게 달라붙는 그들의 목맨 외침, 앙상한 팔목은 외면하기도 대면하기도 곤혹스러웠다.

캄보디아는 전체 인구의 35%가 하루에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빈국이다. 단돈 1달러면 이곳에선 어른 한명이 하루를 먹고 살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일찍부터 거리로 나돈다. 한해 캄보디아를 찾는 관광객은 300만명에 달하고, 이들에게 잘만 보이면 아빠 엄마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낡고 허름한 옷가지 위로 드러난 가느다란 팔다리 앞에서 관광객들의 지갑은 무장해제됐다. 하루 여비를 몽땅 나눠주고 텅 빈 지갑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줬기에 빈털터리가 돼도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그러나 관광객의 동정이 반복될수록 아이들이 학교와 더 멀어지고 구걸에 의존하는 삶을 지속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심경이 복잡해졌다. 지갑을 열자니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고, 닫자니 딱한 처지가 눈에 밟혔다.

어찌할 바 모르고 무한 증폭되던 측은지심은 아이들의 일상을 지켜보며 서서히 거둬졌다. 옹기종기 모여 이방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뒤쫓는 호기심 어린 눈빛, 눈이 마주치면 천진난만한 웃음이 번지는 검은 눈망울, 변변한 장난감 하나 없지만 또래와 어울려 천년 전 찬란한 문명을 꽃 피운 앙코르 제국의 유적지를 놀이터 삼아 신나게 뛰노는 모습들. 그들은 가난하지만 결코 불행하지 않았다. 함께 의지하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가운데 아이다움을 잃지 않았으며 행복하고 평화롭게 자라고 있었다.

세계 6대 빈민국에 꼽히는 캄보디아의 행복지수는 지난해 세계 5위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102위.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8년째 1위다. 굳이 이러한 수치를 나열하지 않아도 행복이 물질의 풍요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의 자화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젖도 떼기 전에 남의 손에 맡겨져 놀이방 유치원 학교 학원을 전전하며 아이다울 권리조차 박탈당한다. 방 한가득 장난감이 넘쳐도 만족할 줄 모른다. 사회가 고도화 될 수록 심화된 학원폭력, 성폭력 등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지만 속수무책이다. 정녕 가여운 건 누구인가?

캄보디아는 ‘생애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힌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된 위대한 문화유산 ‘앙코르와트’가 이러한 수식어를 갖게한 일등공신일 테지만, 한번 가본 사람은 그게 전부가 아님을 안다. 생애 꼭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캄보디아에 꼭 한번 가보라. 풍족히 가졌음에도 늘 빈곤에 시달리는 우리가 스스로 놓친 그것을 되찾아올 수 있다. 그리고 절대 초반에 마지막을 단정하지 말 것. 그곳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가 금세 그리워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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