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봄날은 언제] "집값 더 떨어지면 어떡해"… 집 장만 이루고 전세살이

입력 2012-08-3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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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주택거래… 거래실종ㆍ가격하락 지속ㆍ경매시장도 썰렁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로 주택매수심리가 실종되면서 잇단 정부 대책에도 주택 매매 거래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전경.
주택시장이 빈사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지금은 집 살때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면서 어떠한 정부 대책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정부는 올 들어 처음으로 5.10 부동산 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나온 거래활성화 대책까지 포함하면 7번째 대책 발표였다. 그러나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래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는 안 된다”던 그 동안의 방침을 깨고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DTI 규제 완화책까지 빼들었지만 주택 거래 활성화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전국 주택 거래량 수치를 보면 올해 월별 주택 매매 거래량은 5월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5월 6만8047건에서 6월에는 5만6922건, 7월에는 5만6799건을 기록했다. 7월 거래량은 5월에 비해 16.6%가량 줄었다.

◇ “집 샀다가 가격 떨어지면 어떡해요 = 거래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집값 하락세에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내 집 마련 계획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집 소유에 대한 사고방식 역시 과거와는 180도 달라졌다. 구세대가 ‘번듯한 내 집 장만’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면, 젊은 세대는 전 재산을 쏟아붓거나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느니 차라리 교통·교육여건이 뛰어난 곳에 전세로 사는 길을 택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 집을 살만한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서도 전셋집에 사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4억원대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영훈(35·가명)씨는 “무리해서 대출을 받으면 집을 살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낄 뿐더러 하우스푸어가 되고 싶지 않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부쩍 치솟은 전셋값에 부담을 느끼는 이른 바 ‘렌트 푸어’들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에 웬만한 아파트 전셋값이 2억~3억원을 상회하고 있어 대출을 받지 않고는 전셋집도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강서구 염창동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유미영(37·가명)씨는 “대출 이자로 나가는 돈이 아까워 차라리 수도권 외곽 쪽에 집을 살까 수없이 고민해봤다. 그런데 집값이 더 떨어질까 불안하기도 하고, 남편의 출퇴근과 아이들 교육 문제도 걸려 있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 불황에 강한 경매시장? 이제 ‘옛말’= 내 집 마련 기피 현상은 경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매는 불황기에 오히려 잘 나간다”는 얘기는 옛말이 돼 버렸다.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연체가 늘면서 주거용 부동산경매물건 수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살 사람은 없어 경매 3대지표(응찰자수·낙찰률·낙찰가율)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주택시장 침체로 법원 경매 시장의 서울 아파트 경쟁률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서울 소재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경매의 평균 응찰자 수가 4.7명에 그쳐 2001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아파트 경매의 평균 응찰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5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2010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5.8명으로 떨어졌었다.

낙찰률(경매물건 대비 낙찰된 물건 비율)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경매는 총 672건이 진행돼 이중 199건이 낙찰돼 29.6%의 낙찰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낙찰가율은 74.49%였다.

올해 1월(낙찰률 43.6%, 낙찰가율 74.49%) 및 2월(낙찰률 41.47%, 낙찰가율 80.62%)과 비교해 아파트 경매에 대한 관심이 현저하게 떨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세대주택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 다세대 낙찰률은 올 들어 꾸준히 30~40%대를 유지하다 지난 5월(29.36%) 20%대로 떨어졌다. 이후 6월 28.92%, 7월 25.28%로 하락을 거듭하며 좀 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매 활황기에는 신건(처음 경매에 등장한 물건)에도 낙찰되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은 2~3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 아니면 입찰을 하지 않는 추세”라며 “하우스푸어의 증가로 경매물건 수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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