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세기의 특허대결로 ‘대인배’로 우뚝

입력 2012-08-2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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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삼성 전술에 비밀주의 다 드러내”…니혼게이자이신문 분석

애플과 삼성전자 간 세기의 특허전쟁에서 미국 배심원단이 애플의 손을 들어줬지만 삼성이 일방적으로 KO패를 당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30일(미국 시간)부터 시작된 양사의 본안 소송 과정을 분석, 삼성이 금전적인 손실은 입겠지만 얻은 것이 더 많다고 27일 전했다.

신문은 삼성이 치밀한 법정 전술을 통해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 대부터 애플이 이어온 비밀주의를 어느 정도 벗기는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삼성은 심리 중 “아이폰의 성공에 자극받아 스마트폰을 개발했다”는 점을 털어 놓고 “애플도 소니의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타사 제품을 참고로 했다는 점에서 애플 역시 삼성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애플의 디자인 부문 책임자인 조너선 아이브는 현 파나소닉의 전신인 마쓰시타전기산업에서 애플로 자리를 옮긴 일본인 디자이너 니시보리 스스무에게 ‘소니가 아이폰을 만들면 어떻게 될지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삼성은 그가 만든 것으로 여겨지는 디자인 사진을 공개했다.

삼성은 또한 애플로 하여금 거물급 인사들을 증언석에 앉히게 했고 그들의 입에서 회사 기밀 사항들도 끄집어냈다.

아이폰 개발을 주도한 스콧 포스 수석 부사장은 증언에서 “잡스가 2004년 iOS 개발을 맡길 때 절대 회사 밖에서 사람을 데려와선 안된다”고 했다며 “프로젝트 퍼플이라는 이름 하에 아이폰 개발 프로젝트 팀이 출범했다”고 밝혔다.

이 팀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고, 팀 멤버조차 매번 카드로 신원을 확인해야 할 정도로 경비가 삼엄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같은 진술은 지금까지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내용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이같은 철통보안 속에서 삼성이 애플의 제품을 베꼈다는 것이 설득력이 없다는 사실을 배심원에게 일깨워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이 들킨 것이 또 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애플의 ‘아이카(iCAR)’가 실제로 개발 중이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일 증인으로 나선 마케팀 부문의 필 실러 수석 부사장은 “아이팟의 성공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사실 자동차 생산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앞서 애플 이사인 미국 의료업체 J크루의 밀라드 드렉슬러 회장은 “잡스의 꿈은 아이카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신제품 개발 기밀까지 드러난 것은 삼성측 변호인단이 집요하게 파고들어 독자성과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애플을 계속해서 공략한 결과라는 평가다.

삼성은 또한 애플이 자사의 독자적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멀티 터치’ 기술이 일본 미쓰비시전기가 먼저 개발했다는 점도 밝혀냈다.

삼성은 미쓰비시전기의 북미개발 거점 ‘MERL’이 2001년 개발한 ‘다이아몬드 터치’ 기술 관련 담당자를 증언대에 세웠다.

다이아몬드 터치는 화면 상에서 펜이나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직접 문자를 쓰거나 두 개의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증언에 나선 미쓰비시전기 관계자는 시범 제작한 기계를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공개하고 판매도 했다면서 2003년 애플 본사에서는 설명회도 가졌다고 전했다.

법정 공방이 회를 거듭갈수록 애플의 감추고 싶은 속살은 계속해서 드러났다.

양사의 공방이 한치의 양보없이 진행되자 루시 고 판사는 15일 재판 결과가 양사에 리스크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화해의 실마리를 찾도록 숨고르는 시간을 갖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잡스가 2007년 이후부터 안고 있던 분노가 터진 것인만큼 재판부의 권고로도 타협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2007년 11월 구글이 휴대전화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보급, 잡스가 동료라고 믿었던 에릭 슈미트 당시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뒷통수를 맞았다는 분노의 화살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만든 삼성에게 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은 노련한 카리스마 이건희 회장이 이끄는 삼성은 잡스의 분노를 자사의 에너지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천하의 애플과 대적하는 것이 오히려 삼성을 알리는 홍보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패스트 팔로워’라고 자칭하는 삼성은 이미 많은 핵심 사업에서 미국과 일본 기업을 따라잡은 상황.

삼성은 애플이 선구적인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최신 내장 부품을 채용한 신모델을 차례로 선보여 애플의 통수를 쳤다.

예를 들어 갤럭시 시리즈에는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기 쉬운 패널에 OLED를 탑재했고, 패널 크기도 기종을 경신할 때마다 커져 3.5인치를 고수하는 아이폰과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6조7241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만 4조19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렇게 되면 애플도 더이상 삼성을 ‘카피캣’이라고 부를 수만도 없는 노릇.

애플에 삼성은 위협이자 법정 투쟁 뿐만 아니라 상품 개발에서도 전력을 다해 대항해야 하는 숙적이 된 셈이다.

신문은 이번 미국 재판에서의 평결로 삼성은 거액의 손해배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한 판매 금지까지 당하면 일부 재고가 쌓이는 사태도 피할 수 없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러나 그것이 삼성에는 치명상까지 입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판매 금지 대상은 기존 제품에 한정되는 데다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삼성의 인지도가 세계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전세계 소비자들 사이에서 “삼성은 애플과 맞설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신문은 삼성의 강점은 카피캣 취급을 당해도 잃을 것이 없다는 대인배적인 사고 방식이라는 점을 들었다.

여기에는 스스로를 팔로워라고 자칭해온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것이 독자성과 선진성을 내세운 애플의 이미지를 흔드는데 일조했고, 치밀한 증거와 증인들을 통해 베일에 싸여있던 애플의 상품전략과 삼성에 대한 잡스의 견제 의식 등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24일 배심원단 평결 후 삼성 측은 “이번 평결은 애플의 승리가 아니라 미국 소비자의 손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삼성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앞으로도 패스트 팔로워로서 애플을 위협할 것이라며 시가총액 세계 1위인 애플은 삼성의 도전을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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