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전성인 홍익대 교수 "경제위기 소리없이 다가온다"

입력 2012-08-24 12:25 수정 2012-08-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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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가 도둑들처럼 찾아오고 있다. 안팎에서 어른거리는 위기의 그림자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찾아올 것인가 뿐이다.

“언제”는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하반기는 미국 대선과 우리나라의 대선이 겹치는 정치적 격변기이다. 미국이 대선 때문에 정신없고,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 역시 가히 무정부 상태가 될 것이다.

그리스의 유로 탈퇴 여부가 10월을 전후해서 결판이 날 것 같고, 9월에 일본계 자금의 반기 결산이, 12월에 미국계 자금의 연간 결산이 떠억 버티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저축은행들의 6월 정기결산 숫자들이 9월부터 떠돌아 다닐 것이고, 가계부채 문제도 복병이다. 그렇다. 하반기가 위험하다.

“어떻게”는 귀신이 아닌 한 알아맞히기 어렵다. 그러나 “소설”을 생각해 보는 것은 상식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위기의 방아쇠는 대통령의 독도방문이 당긴다. 독도 문제로 비화한 양국 감정이 애꿎게도 경제전쟁으로 발전하고, 일본은행은 한일 통화스왑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9월 반기결산을 앞둔 일본계 금융기관들이 만기도래한 외채의 만기연장을 일제히 거부하고 나선다. 국채시장은 일본계 자금이 던지는 매물로 쑥밭이 되고 장기채 금리가 치솓는다.

선거를 앞둔 우리 정부는 무조건 외환보유액을 털어서 외채를 갚는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서 많은 외국자본들이 우리를 새삼 “주목”하게 된다.

그 다음은 저축은행이 등장한다. 상반기 결산 수치가 나오면서 살생부가 다시금 증권가 “찌라시”에 등장한다. 자산관리공사에 잠시 숨겨두었던 불량 PF 대출자산이 부머랭처럼 되돌아오고 일부 저축은행의 부실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특별계정 돈도 동이 난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공적 자금 조성을 위해 국회를 들락거리지만 야당이 진치고 있는 기재위나 정무위가 예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청문회를 하느니 마느니 옥신각신 하는 순간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뱅크 런이 시작된다.

여기에 그리스가 힘(?)을 보탠다. 외채 상환부담에 시달리던 그리스는 결국 정치적 통제력을 상실하고 유로탈퇴를 선언한다. 국제 금융시장은 미국과 독일만을 쳐다보게 된다. 독일은 주춤하고, 미국은 선거 때문에 정신없다.

겁이 난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세계 전역에서 디레버리징을 시작한다. 자칫 늦게 탈출하면 연말 보너스는커녕 전주들로부터 소송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은 실시간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애석하게도 이번에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은 건전하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외국인들이 예금자가 줄 선 저축은행, 부도나는 건설사, 휘청거리는 수출, 가라앉는 성장률을 말없이 가리키기 때문이다.

최후의 일격은 은행이 담당한다. 부실자산이 늘어나는 은행은 누라 무어라고 해도 듣지 않고 떨어지는 BIS 자기자본 비율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방법은 딱 두 가지. 증자해서 분자를 키우거나 아니면 대출축소를 통해 분모를 줄이는 것이다.

외국인이 떠나가는 주식시장에서 증자는 불가능하다. 결론은 대출축소뿐. 결국 은행은 만기가 도래하는 가계부채를 연장해 줄 수 없게 된다. 정부가 아무리 팔을 비틀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급한 맘에 정부가 증자를 시켜 준다고 해도 받지 않는다.

왜냐 하면 예금자들에게 “부실 은행”으로 낙인찍힐까 겁나기도 하고, 각종 구속적 조건도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폭탄이 터지고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는다. 심판의 날이 온 것이다.

한국은행은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다. 달러를 단 한 푼도 찍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원화 발권력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축은행 부실을 발권력으로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에게 급전을 대출해 준다고 BIS 비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급등하는 식료품 가격앞에서 무턱대로 원화를 찍어낼 수만도 없다.

저축은행 청문회에 줄줄이 사탕으로 이름을 올린 금융위 공무원들은 자기 앞가림에 바쁘다. 문제는 대선 때까지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투기꾼들은 이를 철저하게 이용한다. 또 한번의 망국이 현실이 된다.

물론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그러나 소설은 그럴 듯한 허구라고 하지 않던가. 정부가 어찌 대처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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