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용산역세권개발사업 계획 7년째 삽 못 뜨는 이유는?

입력 2012-08-23 11:06 수정 2012-08-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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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판 이(코레일)도, 땅을 산 이(시행사)도 모두 제 정신은 아닌거죠”

용산역세권개발 전직 고위 간부은 이 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사업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코레일 등 사업자들의 탐욕이 사업성을 갉아 먹었다고 토로했다. 근원지는 계약 당시 8조원까지 불어난 땅값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디벨로퍼(개발자)도 아닌 개발 사업 경험의 사실상 전무한 코레일이 사업 초기 3조 8000억원에 이르는 공공 소유의 땅을 무려 8조원에 낙찰자에 팔아 치운 건 지나친 과욕이라고 했다. 여기에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서울시까지 가세해 사업성 저하를 거들었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서로 탐욕을 제어하지 못하면 이 사업은 어차피 가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금조달 문제로 매번 꼬이는 이 사업은 그의 말처럼 정말 미래가 없는 걸까.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1500억원 전환사채 발행 등 서부이촌동 보상안 자금조달 문제와 관련해 출자사간 이견을 보여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지 내 서부이촌동 아파트 전경(큰 사진)과 용산역세권개발 조감도.
◇“바람 잘 날이 없다”…주민 보상비 난항 = 지난 2006년 용산역세권개발사업 계획이 확정될 당시 사업비는 총 26조원. 이같은 규모는 4대강 살리기사업 규모(22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울시가 한강 르네상스 사업으로 용산 서부이촌동을 포함시키면서 4조원, 사업비 조달 지연 등 착공 지체로 1조원 가량 등 더해져 총 사업비가 31조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단일 도심개발 사업으로는 세계 최대규모다. 지난 2007년 드림허브라는 시행사를 출범시키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토지자금 조달 문제부터 출자사간 의견이 갈려 삐그덕 대기 시작했다. 역시나 사업비가 크다보니 리스크를 누가 얼마나 지고가느냐의 문제부터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코레일과 재무적 투자자들은 건설사들에 다른 개발사업처럼 PF지급보증을 요청했으나 건설사들은 리스크가 크다며 거절했다. 한동안 멈춰선 사업은 지난해 7월 코레일이 랜드마크 빌딩 선매입 등 크게 양보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재개됐다. 하지만 순탄한 길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실제 최근에는 최근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안 문제가 불거져 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역시 자금조달 문제 였다. 랜드마크 빌딩 선매입의 전제조건으로 코레일이 내걸었던 전환사채 발행 4000억원 중 2500억원에 대해 코레일과 삼성물산 등 일부 출자사를 제외하곤 참여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레일은 기존 자금조달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출자사 관계자는 “리스크의 거의 전부 짊어지고 가던 코레일이 입장을 바꿔 출자사들에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사업 성공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출자할 업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 개발 검토…서부이촌동 꼬리자르기? = 자금 조달에 내홍을 겪다보니 코레일 등 일부 출자사들은 단계적 개발이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골치아픈 서부이촌동 보상을 뒤로 연기하고 철도창 부지를 먼저 개발하자는 것이다. 단계개발을 하면 각 블록별로 착공·준공 시점이 달라진다. 이렇게 하면 이 사업의 가장 최대 관건인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 시점을 추후로 미룰 수 있어 사업 자금난에 숨통을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단계개발 방식도 드림허브 이사회 내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단계 개발은 사업비 증가는 물론 법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용산역세권개발 사업 방식은 도시개발법을 따르는데 단계 개발은 도시개발법 취지와 상충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민들 반대로 비켜가기 어려워 보인다. 통합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도 적지 않으나 토지비 보상을 서둘려야 한다는 주민들도 상당수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부이촌동 보상 대상 주민 2200명 가운데 1250여 가구가 보상을 기대하고 평균 3억 5000만원을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개발 찬성 모임의 한 관계자는 “(통합개발)반대파 목소리가 커 찬성파가 소수인 것으로 알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며“보상비 지급이 늦어지면 수년간 재산권 행사에 피해본 주민들의 거대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인허가에다 분양 성공이 관건 = 넘어야할 산은 이뿐 아니다. 이사회에서 자금 조달 방안에 합의하더라도 향후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묻기로 한 서울시의 실시계획 승인 여부, 서부이촌동 주민 반대 등 암초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보상안이 나오더라도 서울시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한 뒤 사업 승인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천명해 놓고 있다.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더 심각하다. 분양 성공 여부 등 사업성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기존 건설 투자자들 외 전략적 투자자들도 사업성에 의구심을 품고 유상증자 참여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재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연면적 395만여㎡(120만평)이르는 건물의 분양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출자사 관계자는“6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수혈해 3조원 이상을 서부이촌동 보상비로 투입하고 내년 분양에 실패하면 코레일은 물론 드림허브까지 디폴트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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