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포커스]대기업 떠난 임원들, 中企 '미다스의 손'으로 제2 인생

입력 2012-08-0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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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경영자문위원 등으로 재취업…노하우 부족한 中企에 성장방향 제시

▲전경련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과 공동으로 '중견전문인력 취업알선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전무님! 드디어 한라공조로부터 20억원 수주 따냈습니다!”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금성정공의 한 직원이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소리쳤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미국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TRW 임원(상무) 출신인 윤영학 전무(55·공장장)가 온 지 3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다. 지난 4월 윤 전무가 취임할 당시만 해도 금성정공은 그야말로 ‘엉성’ 그 자체였다. 주먹구구식 업무 프로세스에 설상가상으로 주력사업을 전자에서 자동차 부품으로 전향한 지도 얼마 안 된 상황이었다.

빠른 결단이 불가피했다. 윤 전무는 현대자동차 울산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직원들의 교육을 의무화시키고 대기업 개발 시스템을 전적으로 접목시키는 등 20년 간 대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총동원했다. 윤 전무의 일사불란한 전략은 3개월 만에 빛을 발했다.

그는 “대기업 노하우를 적용시켜보니 생각보다 성과가 빨랐다”며 “소수인 연구개발직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체계화된 대기업 시스템이 중소기업에 적용돼 성과를 이룬 것은 비단 금성정공의 얘기만은 아니다.

성장이 주춤했던 욕실용품 제조업체 동원세라믹은 최근 들어 유통 부문 매출만 매년 2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50억원 규모의 모델하우스 수주도 따냈다. 직원 17명이 이뤄낸 성과 치고는 제법이다. LG하우시스 이사급 수석부장 출신인 조영학 부사장(52)이 동원세라믹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일어난 일이다.

조 부사장이 회사 키우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을 비우기’였다. 25년간의 LG 근무 습관을 버려야 새 조직을 제대로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덕분에 빠른 시일 내에 회사에 융화됐고 사업구조, 업무 시스템, 영업 방침 등 대기업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시킨 결과, 현재 50% 이상 조직 시스템 구축이 완료됐다. 조 부사장의 비전은 2015년까지 두 자리수 매출을 300억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대구에 위치한 패션잡화 제조업체 서도산업은 신규제품 론칭으로 인한 물류처리가 고민이었다. 이에 지난 2010년 8월 대한상의 경영자문을 받고 새로운 물류매뉴얼을 실무에 적용했더니 지난해 매출액이 644억원으로 전년(492억원)대비 31%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는 전(前) 대한항공 상무이사 출신인 박일규 자문위원이 경영멘토링에 나서 전반적 경영진단을 실시, 매출액은 작년대비 약 16% 오른 750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대기업 퇴직 임원들이 중소기업 임원으로 재취업하거나 경영자문위원으로 나서 기업 성장에 ‘미다스의 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들은 평생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한 해에도 수천 명의 대기업 임원들이 대거 퇴직하는 가운데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대기업의 노하우를 보유한 인재가 적절히 매칭되는 모범 사례다. 곧 베이비 붐 세대들에게 제2인생 도약의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상호출자제한 30대 기업집단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종업원 수는 118만5000명이다. 이 중 임원 수는 대략 5000~6000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결과적으로 매년 수천 명의 부장급 이상 임원들이 퇴직자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퇴직 연령은 2010년 이후 40대 후반으로 더욱 젊어지는 추세로 평균수명과 반비례하고 있어 ‘인재 활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구직자 대비 실제 취업자 비율은 50% 미만으로 대기업 임원 출신일수록 과거 눈높이를 낮추지 못해 잉여 인력이 넘쳐나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조사한 중소제조업 인력채용 현황에 따르면 기업의 42.7%가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경제 5단체가 대안 마련에 나섰다. 대한상의는 대기업 출신 CEO와 임원을 중소기업과 연결시키는 중소기업경영자문단을 출범시켰다. 또 전국경제인연합은 30대 그룹과 ‘중견전문인력 재취업 지원 업무협약식’을 체결, 퇴직한 중견인력의 중소기업 재취업 지원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또 지난해에는 헤드헌팅 업체 ‘유앤파트너즈’와 MOU를 체결, ‘전문경영닥터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금자 유앤파트너즈 대표는 “이는 대기업에서 부장급 이상으로 퇴직한 검증된 인재를 합리적인 연봉수준과 합께 중소·중견기업 전문경영인으로 추천하는 서비스”라며 “퇴직임원에게는 재취업의 기회를 주고 중소기업에는 전문경영인 노하우를 전수하는 이상적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정도의 매출(100억~100억원) 수준이 되는 기업은 전체 350만개 중소기업 중 5% 미만으로 좀 더 적극적인 홍보와 연계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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