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리베이트 긴급점검]골프는 기본…가족여행 항공권까지

입력 2012-08-0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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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 제약사 10년차 영업팀장 유모씨. 유씨의 주 영업수단은 법인카드다. 예전에는 영업활동 명목으로 의사들과 술자리를 하거나 골프를 칠 때 현금을 주로 냈지만, 요즘엔 카드를 더 많이 이용한다. 단속을 피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물품을 구매한 카드 영수증만으로 리베이트 혐의를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또 법인카드는 용도 제한도 없어 의사들에게 TV나 컴퓨터 등 가전제품을 사주거나 값비싼 뮤지컬 등 공연티켓도 끊어주기도 한다. 한 담당구역 의사가 주말에 제주도에 여행을 갈 계획이라는 말을 듣고 카드로 항공권을 결제해 준적도 있다.

# 치과용 귀금속과 진료의자 등을 납품하는 치과 기자재업체 4년차 영업사원 이모씨는 요즘 치과 의사들과 가끔 스크린 골프 내기를 한다. 평소 남부럽지 않은 골프실력을 자랑하지만 의사들과 칠 땐 일부러 져준다. 물론 골프비용 부담도 이씨의 몫이다. 이러한 기막힌(?) 영업 리베이트 아이디어는 아씨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최근 치과기자재 업계에서도 현금이나 물품 협찬 등 리베이트 제공행위가 금지되면서 의사들에게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신종 리베이트 수법 발굴은 이제 그의 주된 고민거리가 됐다.

이는 실제 의약품·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들이 전한 리베이트 거래 현실이다. 여전히 우리나라 의약계에서 리베이트는 ‘불법행위’가 아닌 ‘관행’이었다. 의사들의 리베이트 불감증이 여전한 가운데 일선 영업맨들은 점점 더 강화되는 처벌기준과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카드로 물품을 구입하거나 서적 선결제를 통해 리베이트 영업비 만들기가 가장 성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최근 일부 중소 영업사원들은 실적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사비(私費)를 들여 리베이트를 주는 출혈까지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일괄 약가인하 타격으로 당장 영업이익이 크게 준 중소제약사들은 과징금을 받더라도 약을 팔 수만 있다면 리베이트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불법 리베이트가 생존 수단이 된 셈이다.

한 중소제약사 영업사원은 “약가인하로 매출이 준 탓에 실적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의사들은 리베이트를 대놓고 요구하고 있어 회사를 그만두는 영업사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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