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리베이트 긴급점검]복제약 경쟁 치열·처방권 의사 독점 탓

입력 2012-08-0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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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보다 복제약 중심 생산…품질보다 영업 능력에 좌우

#리베이트의 사전적 정의는‘지불대금이나 이자의 일부 상당액을 지불인에게 되돌려 주는 일’이다. 엄밀히 말하면 마케팅의 한 기법이기도 하다. 넓게 보면 물건을 살 때 가격을 깎아주거나, 에누리로 물건을 더 주는 덤 역시 리베이트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리베이트는 어느 산업에나 존재하고 있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어느 업계에나 존재하는 리베이트를 굳이 제약산업에서 부정하고 제거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제약산업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인 만큼 보다 높은 청렴도와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제약산업의 리베이트는 결국 소비자의 가격 부담으로 전가돼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로 귀결된다. 이같은 이유로 정부는 지난 2010년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쌍벌제를 도입하는 등 강도 높은 금지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처벌을 피해 리베이트 수법이 날로 교묘해 지는 등 의학계 리베이트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미국의 화이자(Pfeizer)의 2010년 매출액은 678억달러(76조원)에 달한다. 1년에 R&D(연구개발)에만 매출액의 17% 가량을 쏟아붙는다. 반면 수년간 우리나라 제약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동아제약은 지난해 9000억원이 조금 넘는 매출액을 올렸다. R&D 투자금액은 매출액의 5~7% 수준이다.

이미 자동차나 철강,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들이 탄생했지만 유독 제약은 내놓을 만한 기업이 없다. 100년 가량의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내 제약 산업이 이토록 뒤쳐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네릭 전쟁 =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제약 산업의 구조가 제네릭(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제품의 복제약) 위주라는 데 있다. 대부분의 회사가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한 약을 만들어 판매하다 보니 매출이 품질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영업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제약산업의 경우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실패율도 높은 반면, 일단 개발 및 상품화가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하이 리스트· 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 산업이다. 보통 업계에서는 하나의 신약이 개발돼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까지 평균 10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있다. 때문에 신약 보다는 복제약 생산 중심으로 국내 제약 기업이 성장해왔고, 결국 정상적인 영업이 '리베이트'라고 하는 형태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변질됐다.

리베이트는 제약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수 년간 제약회사 매출의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이는 제약 회사의 재무제표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국내 주요 제약사의 직, 간접 영업비용인 판매관리비는 2007년을 기준으로 전체 비용의 40%에 육박한다. 국내 일반 제조업체들의 영업비 비중이 매출액의 13%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치이다. 2008년을 기준으로 30조 7424억원의 매출을 올린 포스코가 45억 7800만원의 접대비를 지출한 것에 비해 595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유한양행이 49억 4300만원이 접대비를 지출한 것을 보면 국내 제약기업의 리베이트 규모가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다.

◇의사의 처방전 독점 = 리베이트 관행은 국내 제약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 외에도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해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몫으로 전가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2007년 기준) 제약사의 리베이트에 따른 소비자 피해액은 2~4조원으로 추산된다.

이같이 리베이트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 선택권이 없다는 제약산업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소비재의 경우 최종 소비자가 본인의 필요와 선호에 따라 제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제약 산업의 경우 최종 소비자가 아닌 중간자, 즉 의사 또는 약사에 의해 제품이 선택되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약 시장은 일반적으로 전문 의약품 시장과 일반 의약품 시장 그리고 의약 부외품 시장으로 구분된다. 전문 의약품(ETC)은 의사에 처방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일반 의약품 (OTC)은 의사의 처방 없이 환자가 약국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세부 시장별로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전문의약품이 약 11조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해 약 81%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일반의약품 시장은 2조원 남짓의 규모로 약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일반 의약품의 경우 또는 전문 의약품의 경우라도 일부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소비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제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의사 또는 약사에 의해 제품이 선정된다. 특히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실시 이후 처방에 관한 권리가 의사에게 독점됨에 따라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 역시 의사에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복제약 경쟁이 치열하고 의사들이 처방권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의약계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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