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연극 '헤다 가블러', '욕망에 빠진 그녀' 이혜영의 카리스마

입력 2012-05-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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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12년만에 연극 복귀작…특유의 색깔로 관객몰입도 배가

▲배우 이혜영의 12년 만에 연극 복귀작 '헤다 가블러'가 오는 28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현대극의 아버지’ 헨리크 입센과 색깔 있는 배우 이혜영이 만났다. 최고의 부와 명예를 가진 가블러 장군의 딸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란 헤다. 연극 ‘헤다 가블러’는 장장 6개월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헤다의 생애 마지막 이틀을 그렸다. 완벽할 것이라 생각했던 결혼생활은 생각지 못한 계기로 어긋나기 시작하고 이는 화려한 껍데기에 숨겨뒀던 ‘귀족’ 헤다의 지루함을 자극한다. 초연 이후 120년 만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헤다 가블러’가 한국 관객들에게 완벽한 현실에 가려진 영혼 가장 깊은 곳의 욕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헤다 가블러 그리고 이혜영 = ‘헤다 가블러’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주인공 헤다 역을 맡을 여배우였다. 입센과 한국 관객의 첫 만남을 이끌 이번 공연의 헤다 역은 배우 이혜영이 맡았다. 이혜영은 헤다를 통해 연극무대로 복귀했다. ‘햄릿1999’ 이후 12년 만이다.

이혜영은 그동안 다양한 드라마에서 유명 배우의 ‘엄마’ 역할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희생과 감내의 어머니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채를 살린 캐릭터와 독특한 말투로 안방극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혜영의 복귀 소식에 연극계를 넘어 안방극장까지 들썩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160분(인터미션 15분)간 무대 위에서 헤다로 객석과 소통하는 이혜영은 특유의 색채를 십분 살려 보는 이의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요부의 그것에 준하는 욕망과 귀족으로서 품위가 공존하는 복잡한 인물 헤다는 이혜영의 카리스마와 만나 객석을 쥐락펴락한다.

드라마를 통해 이혜영을 접하고 ‘헤다 가블러’의 관람에 나섰다는 한 중년 여성팬은 공연 관람 후“작품 자체도 매력이 있지만, 이혜영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면서 “사실 연극보다는 뮤지컬을 즐기는 편인데 ‘헤다 가블러’는 다시 관람하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다”고 극찬했다.

복귀작이니만큼 이혜영 본인도 이번 무대에 대한 기대와 부담이 상당하다. 연극의 막이 오른 이후 여타 스케줄을 최소화하고 작품에 집중하고 있다. 그의 바람대로 ‘헤다 가블러’를 통해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배우 이혜영으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힐 태세다.

◇이해는 불가, 공감은 200% = 입센은 극작가로서 명성이 높지만 친절한 작가는 아니다. 인간의 깊은 욕망이라는 소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헤다 가블러’는 쉽지 않다. 상당한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아온 데는 난이도를 이겨낼 만큼 재미있는 스토리의 힘 때문이다.

주인공 헤다는 종잡을 수 없는 여인이다. 그런 헤다가 살아 숨쉬는 작품은 귀족 계급 특유의 우월주의, 냉소적인 태도로 관객들의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여기에 계급주의가 무너지고 모두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대적 변화도 담아냈다.

복잡한 배경보다 더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것은 헤다의 욕망이다. 교수직에 목을 매는 남편 이외르겐, 가문의 부흥을 위해 헤다의 잉태를 기원하는 시고모 율리안네, 헤다의 육체를 탐내하는 브라크 판사 등이 헤다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뚜렷한 갈망이 있다. 반면 귀족으로 태어나 삶의 무료함을 느낀 헤다는 특정 대상이 아닌 '지루함을 덜어줄' 자극을 좇는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권총으로 공포탄 쏘기를 즐기는 그녀는 옛 연인 옐레르트의 불행에 위로가 아닌 권총을 건네며 스스로 생을 마감하길 넌지시 권할 정도로 냉소적이다. 때로는 남편, 옛 연인 그리고 그 두 남자의 뮤즈이자 자신의 동창인 테아 등 모든 이의 위에 군림하고자 하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향해 달리는 그들의 행보를 동경하는 듯한 이중적 태도도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종잡을 수 없는 헤다의 행보는 우리네 삶과 맞닿은 부분이 크다. 신혼여행부터 결혼생활, 남편의 성공, 놀이로 즐기고자했던 브라크 판사와의 관계까지 모든 것이 연달아 엇박자가 나기 시작하는 헤다의 삶, 그로 인한 혼돈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문의는 1644-2003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1828~1906)은… = 노르웨이 극작가이자 시인이다. 근대 시민극 및 사실주의극(Realism)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해 ‘현대극의 아버지’라 불린다. 셰익스피어에 이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상연되는 극작가이며 하룻밤 점 세계 100여 개 극장에서 입센의 작품이 공연될만큼 연극사적으로 중요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인형의 집’ ‘페르귄트’ ‘유령’ ‘헤다 가블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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